2011년 1월 28일 금요일

‘스마트폰 폐인’ 그들을 구출하라



‘대면소통’ 기피 과몰입자 양산 징후… 심각한 사회病 비화 우려감
‘과잉과 중독’ 중간단계… 통신·제조업체·정부 공동대책 나설 때


스마트폰의 보급 대수가 700만대에 육박했다. 스마트폰은 초고속 성장세를 타고 사회 변화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폐인’의 양산이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199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PC)와 초고속 인터넷의 상용·보급화로 PC 중독 현상이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스마트폰 폐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늘 손에 쥐고 있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도중에는 타인과의 대화가 거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폐인들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일상을 깨트리고 업무 차질은 물론 부부, 가족, 친구들 간의 대화까지 방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최근에는 남편의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해 허리와 목에 무리가 생기는 ‘스마트폰 디스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홍진 삼성의료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평상시에도 전화벨 환청을 경험하고 강박적일 정도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실수로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면 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어떤 사람들은 집에 다시 가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와야 안정을 찾는다”고 진단했다.

회사원 안창용(28)씨는 늘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안씨의 손에 늘 쥐어진 것은 스마트폰이다.

인천 도화동에서 서울 가리봉동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그에게 스마트폰은 필수 아이템이다. 이동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게임 앱을 이용하거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출퇴근 시간을 때운다.

“몸에 배인 습관 끊기 힘들어 고생”

사무실에 들어선 뒤에도 그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동료 직원이나 상사와의 아침 인사는 안중에도 없다. 처음에는 동료 직원들이 안씨의 행동에 대해 수차례 충고를 해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직원들도 안씨의 등장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출근 후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에게 밥을 주는 일(충전)이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지수가 늘 가득 채워져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배터리의 40%를 소모시켰다. 얼마 전에 구입한 야구 게임 앱 때문이다.

업무 중에도 그는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메신저 접속, 앱 스토어 검색 등 업무 외 용도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점심식사를 할 때도, 후식으로 커피숍에 갈 때도 그의 시선은 늘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는 여전히 없는 편이다. 그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내뱉은 말은 자신이 먹을 식사 메뉴와 커피 종류를 고르는 딱 두 마디였다. 나머지 시간에는 말 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봤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마니아’를 넘어선 ‘스마트폰 중독자’로 볼 수 있다. 주변에서 그를 칭하는 별명도 ‘스마트폰 오타쿠(한 분야에만 광적으로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다.

안씨는 원래부터 사무실에서 말이 없었을까? 직장 동료들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구입한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안씨의 행동이 변했다고 한다. 직장 동료 김수영(32)씨는 “원래 말수가 많아 동료들을 웃기는 직원으로 인기가 높았던 사람”이라면서 “스마트폰 하나가 사람을 저렇게 변하게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놀랍게도 안씨 자신도 본인을 ‘스마트폰 오타쿠’로 인정했다. 하지만 한 번 들여진 습관을 버리기는 힘들었다. “마음은 스마트폰 이용을 줄여보겠다는데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꽂는 이어폰을 가져오지 않으면 심한 불안 심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PC 중독보다 진단·치유 더 어려워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에는 “내 행동이 심하다는 것은 알지만, 정신병자도 아닌 내가 이런 일로 병원에 가면 우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왜 스마트폰 폐인들은 말이 없는 것일까?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굳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만 골라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을 불러내 귀찮게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지하철 안이나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보면 혼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좁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많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 수준이 ‘중독’과 ‘과잉 사용’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부장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중독 관련 상담 횟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은 휴대성으로 인해 중독의 속도가 더 빠르고, 마땅한 진단과 치유도 쉽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통신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업체, 정부가 공동으로 나서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믹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