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일 일요일

'뉴욕 시위' 보스턴·LA로 확산

'뉴욕 시위' 보스턴·LA로 확산

[美 고학력·저임금 청년세대, 월가 자본주의에 반발하다]
3주째 월街 점령… '아랍의 봄'처럼 '미국의 가을' 시작됐다
"연봉 수백만달러 받으면서 종업원은 수천명이나 잘라"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방값·빵값 걱정 없게 해달라" 브루클린 다리 등 점령 시위
노조원·일반 시민도 합류… 정치 불신, 행동으로 옮겨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지난달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가 미국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뉴욕에서만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다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던 7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월가(街)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 아래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으며 이날 하루 가장 많은 사람이 연행됐다. 시위 지역은 뉴욕을 넘어 보스턴·로스앤젤레스·워싱턴DC 등 다른 도시로 번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1일 열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 다리’에 앉아 경찰의 시위대 연행에 항의하며 소리치고 있다. 부의 불평등한 분배, 기업의 탐욕 등에 항의하며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점령’ 시위는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시위가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8월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이 폭동으로 이어진 런던처럼 미국에서도 과격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진보 성향의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시위 상황을 '아랍의 봄'(중동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빗대 "미국의 가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는 뉴욕 금융 중심지에 있는 주코티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후 오후 3시 30분부터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 쪽으로 가두 행진을 했다. 주코티공원은 지난달 17일부터 반(反)월가 시위대의 집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시위대는 브루클린 다리로 진입해 브루클린 방향으로 행진을 했으며 뉴욕 경찰은 보행자 통로로 통행하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로 팔짱을 끼고 도로 위를 행진한 700여명을 교통방해 등 혐의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체포에 항의했으며 일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체포가 시작된 이날 오후 4시 45분부터 3시간 20분 동안 브루클린 다리의 브루클린 방향 차로가 통제됐다.

브루클린 다리에 붙잡힌 美 청춘들…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참가자들이 1일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에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행이 금지돼 있는 차도를 건너며 구호를 외치다가 70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AFP 연합뉴스
월가 시위대는 1일 "우리는 미국의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미국의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富)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방값 걱정,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해 달라" 등 구호를 외쳤다.

보스턴에서는 지난달 30일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 밖에서 금융권의 정경유착과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24명이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를 이끈 시민단체 연합 '라이트 투 더 시티(Right to the City)'는 기업의 탐욕에 항의하고 은행의 압류를 막으려고 행동에 나섰다면서 이번 시위 참가자가 3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체 웹사이트를 통해 "다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백만달러의 급여와 상여금을 긁어모으며 매달 수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면서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BoA는 최근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하나로 직원 3만명을 해고하고 오는 2013년까지 매년 50억달러(약 5조895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LA서도 시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일 열린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수백명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연대하는 뜻으로 시위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항의하는 '고학력·저임금 세대' 30여명은 지난달 17일 월가에서 처음 시위를 벌였다. 구호는 '월가를 점령하라'였다. 시위대는 일주일 만에 수백명 규모로 늘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찰과 정면 충돌해 90여명이 연행되고 수십명이 부상했으며 이제 동참자는 수천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지난달 30일엔 시위대가 월가 인근 뉴욕경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돈보다 사람이 우선" "나치 은행가들" 등 구호를 외쳐댔다. 시위대 가운데 300여명은 주코티공원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겨울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번 시위와 관련, CNN은 '아랍의 봄'이 미국에도 상륙했다고 전했다. 시위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실업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현재 24세 이하 대졸자의 실업률(12.1%)은 전체 평균(9.1%)보다 높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청년 백수와 학생 중심이었던 시위대에는 노조원과 일반 시민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출연한 영화배우 수잔 서랜든,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 영화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이 주코티 공원을 찾아 시위대와 뜻을 같이했다. 시위 주제도 빈부격차와 같은 경제 문제에서 환경·전쟁 등 다양한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정치에 대한 불신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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