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수요일

테크노마트 흔든 공진의 힘…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테크노마트 흔든 공진의 힘…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동아일보]

《 피트니스센터에서 발생한 작은 진동이 강변테크노마트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진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진동수(주파수)만 맞으면 에너지가 누적돼 흔들림이 커지는 공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런 현상은 누구나 일상에서 흔하게 겪고 있다. 공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때는 자동차 지하철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다. 자동차에 타면 엔진의 떨림이나 도로를 달릴 때 발생하는 진동 때문에 누구나 몸이 떨린다. 그런데 이 떨림은 간혹 신체의 특정 부위와 공진을 일으킨다. 만약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유난히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면 팔이 가진 고유진동수와 자동차에서 발생한 진동수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

○ 사람마다 고유진동수 있어

사람의 신체는 부분마다 고유진동수가 있다. 사람마다 신체의 길이가 달라 차이는 있지만 머리는 20∼30Hz(1초에 20∼30번 진동), 팔은 5∼10Hz, 다리는 5∼20Hz 다. 위나 간 같은 내장기관도 고유진동수가 있으며 사람마다 편차가 큰 편이다. 만약 같은 차를 타고도 누군가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은 속이 울렁거린다면 이들은 각각 뇌와 위가 자동차와 공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진이 특정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진동에 오래 노출되는 일부 근로자들은 직업병에 걸리기도 한다. 굴착기를 다루는 근로자들은 손가락 끝이 진동해 세포가 죽어 손이 하얗게 변하는 탈색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헬기 조종사는 헬기에서 발생한 진동이 척추의 연골과 공진해 요통에 걸릴 확률이 높다.

공진으로 인한 직업병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기구는 1974년 진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한 ‘ISO2631’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세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의료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진동에 노출돼 발생하는 신체·정신적 변화를 ‘인체 유해성’으로 본다”며 “최근에는 자동차나 열차를 만들 때 인체의 고유진동수와 비슷한 진동을 최대한 피하도록 설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공진 일상에서도 흔히 이용

일부러 공진이 일어나도록 진동수를 맞춘 기술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공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가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다. MRI의 기본원리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 원자핵’의 고유진동수와 똑같은 주파수의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은 이 진동을 느낄 수 없지만 체내의 수분은 MRI와 공진을 일으켜 심하게 떨린다. 이때 MRI의 진동을 멈추면 맹렬하게 움직이던 수소 원자핵이 원래대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를 측정하면 인체 내부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박현욱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고성능 MRI는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주파수가 다양하지만 공명을 이용한 기본원리는 같다”고 설명했다.

19일 시범운행을 시작한 서울대공원의 친환경 ‘코끼리전기열차’도 공진을 활용했다. 이 열차가 다니는 도로 밑에는 특수 전기선이 묻혀 있는데 이 전선을 지나는 전류의 주파수와 열차 코일(수신기)의 주파수가 일치하면 열차에 전기가 흐르게 된다. 김종우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사업단 HW팀장은 “공진이 잘 일어날수록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표준시를 맞추는 시계나 주파수를 맞추는 라디오, 악기의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는 소리통도 전자기파나 음파의 공진을 이용한 기술이다.

공진을 이용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로 보이지만 원리만 알면 누구나 ‘공진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소리로 유리잔을 깨는 것은 녹음기와 소리의 주파수(음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피커가 있으면 가능하다. 유리잔을 두드리거나 잔 입구에 물을 발라 문지를 때 나는 소리를 녹음한 뒤 스피커로 소리를 재생하며 유리잔이 떨리도록 음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유리잔이 떨리는 소리를 찾아 그 소리를 크게 키우면 유리잔이 저절로 깨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큰 힘을 써야 할 때도 공진을 이용하면 편하다. 무거운 물건을 눕힐 때는 한번 힘껏 밀어 흔들리게 한 뒤 넘어가는 방향에 맞게 박자를 맞춰 조금씩 힘을 주면 흔들림이 점점 커져 쓰러지게 된다.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린 거대한 트럭을 밀 때도 처음에 힘껏 민 뒤 흔들림에 맞춰 지속적으로 밀어주면 트럭이 움직인다. 김찬주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네를 탈 때 진행 방향에 맞게 발을 굴러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기자
jermes@donga.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0&aid=000226256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