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물 성분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플라보노이드(flavonoid)라고 불리는 화합물이 함유된 식품이 특효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6000가지 이상이 확인된 플라보노이드는 블루베리, 두유 같은 콩 식품, 야채, 차·코코아·초콜릿·포도주 같은 음료에 특별히 많이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는 원래 세포 손상을 막는 기능이 뛰어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인체가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자동차가 휘발유를 연소하면서 내놓는 매연처럼 유독물질이 나온다. 이 물질은 자동차의 쇠를 산화시켜 갉아먹는 녹처럼 단백질을 산화시켜 세포를 손상시킨다. 플라보노이드는 강력한 산화 방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몸은 물론 뇌가 에너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 유독물질로부터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플라보노이드가 뇌 안에서 산화방지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인지 기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화학자 로널드 프라이어는 19개월짜리 쥐에게 8주 동안 블루베리·딸기·시금치의 성분이 함유된 특별 음식을 먹인 뒤에 보통 음식을 섭취한 쥐와 학습 및 운동 능력을 비교 평가했다. 결과는 특별 음식물을 먹은 쥐가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플라보노이드가 듬뿍 든 과실이나 채소가 사람의 뇌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프랑스 유전병학자 럭 레테뉴어는 건강한 노인 1640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식사 습관을 연구했다. 플라보노이드 섭취량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섭취량이 많은 노인일수록 문제를 풀거나 단어를 암기하는 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날마다 블루베리 15알 또는 오렌지 주스 4분의 1컵을 먹은 노인들이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고 보고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영양학자 에하 너크는 70대 초반의 2000명에게 식사 빈도수를 질문하고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거나 사물의 이름을 대는 인지 능력을 측정했다. 2009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보노이드가 많은 포도주, 차, 초콜릿을 주기적으로 섭취한 노인은 가끔 먹는 노인보다 인지 능력이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령 포도주를 규칙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인지 기능이 악화될 위험도가 45% 줄어들었다. 특히 포도주·차·초콜릿을 함께 주기적으로 섭취하면 인지 기능이 나빠질 확률이 70%까지 감소했다.

플라보노이드 섭취가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람의 음식에 플라보노이드를 첨가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2009년 영국 레딩대 영양학자 애나 매크레디는 식사를 하면서 하루에 두유 2.5잔이나 은행 120㎎(1~2캡슐)을 함께 섭취하면 머리를 좋게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2010년 미국 신시내티대 정신의학자 로버트 크리커리언은 75살 이상 노인에게 12주 동안 날마다 블루베리 즙 5잔을 마시게 하고 기억력을 측정한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 능력이 30% 더 좋게 나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1·2월호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 권고대로 날마다 과실 두 잔과 야채 2.5잔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 기억력이 감퇴하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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