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5일 토요일

숫자와 전쟁

구약 성경의 처음 다섯 권 중에서 네 번째 책을 “민수기”(Number)라고 하는 것은 숫자를 세는 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세는 내용들은 이스라엘 지파의 인원수(1장), 레위 집단의 인원수(3장), 제단을 봉헌할 때 바친 헌물의 수(7장), 두 번째 이스라엘 지파의 인원수(26장), 명절에 드려지는 제물의 수(28,29장), 미디안 전쟁의 노획물 양(31장) 등이 그것이다. 이 전체 중에서 가장 강조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백성들의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영적 전쟁과 직결된다.

1장은 지파들의 숫자와 그 우두머리를 언급한다. 모든 지파의 총 인원은 603,550명인데(1:46), 물론 성인 남자의 숫자이며, 레위인들은 제외된 숫자다. 20세 이상이며, “싸우러 나갈 수 있는 모든 사람,” 즉 군사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 계수는 단순한 인구조사가 아니라 군대의 점호이다. 이스라엘은 출애굽할 때부터 군대였고, 그 지파들이 각 부대이다. 이때는 출애굽기 12장에서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으로, 그 숫자는 출애굽할 때와 같다(출 12:37). 특이한 것은 2차 조사, 즉 40년의 방황을 마친 출애굽 2세대를 조사한 때에도 601,730명으로(민 26:51), 1차 조사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번성했겠지만, 또 많은 반역과 많은 형벌이 있었기에 그 인원이 된 것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멈춘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민수기를 통해 알 수 있는 특별한 사실 중 하나는, 하나님께서는 지파별로 인도하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 때부터 약속받았지만, 야곱에 의해 민족으로의 태동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시키시는 것이 바로 광야 생활이며, 이 구조는 구약 내내 존재한다. 실제로 천년왕국 때에도 이 지파는 유효하며, 따라서 광야 생활은 이스라엘 민족의 모든 것들이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율법으로 법적 체계가 주어졌고, 지파의 구성으로 국가의 단위가 정해졌고, 카나안 땅으로 들어가면서 그 영토가 확정되는 것이다.

각 지파들은 그 위치가 정해져 있다. 특히 이동과 정착에서 그런데, 성막을 중심으로 레위 지파가 둘렀고, 그 주변으로 사면에 열두 지파가 배치되어 있다. 또 2장과 7장에서 각 지파들의 나열 순서는 같다.

레위는 모든 지파에서 구별된다. 대신 요셉에서 에프라임과 므낫세로 나뉘게 되는데, 레위에 대해서는 3,4장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레위인들의 특별한 지위가 강조되는 것은 민수기가 오히려 레위기를 능가한다. 레위기에서도 그들의 직무와 제사 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만, 민수기에서는 특히 이들이 왜 특별한가에 대해서, 또 같은 레위인들 중에서 아론의 계열과 다른 계열의 구분에 대해서 분명한 권위로 증거한다. 특히 코라의 거역 사건(16장)을 통한 아론 계열의 확정은(17,18장) 앞으로 누구도 이 질서를 어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드러난 사건이다. 이처럼 민수기는 레위와 아론의 정통성을 확정지어 놓은 책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지파 중에 유다가 가장 앞서 있다. 이것은 유다에서 대장이 나온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배치를 “진영”(camp)이라 부른다. 그들은 군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제로 여러 민족들과 싸웠다 - 아말렉(출 17장), 카나안(민 14장), 카나안(민 21장), 헤스본과 바산(민 21장), 미디안(민 31장). 르피딤에서의 승리를 시작으로(출 17장), 카데스에서 반역의 대가로 카나안 거민들에게 패배한 것 외에는 그 땅에 들어가기까지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 전쟁은 하나님께서 싸우시는 전쟁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전쟁을 위해 완전한 조직력을 갖추어 주셨다. 그들은 마귀가 다스리는 이 세상 나라(이집트)에서 불러냄을 받은 즉시로 군대가 된 것이다. 광야는 시험의 기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쟁의 기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싸우실 때 승리의 기간이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누군가가 구원받았다면, 그는 마냥 기뻐할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군대에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군사가 군사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시험의 광야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장 예수님을 따라 임무를 다한다면 그는 이 광야 기간을 승리의 기간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를 불러내신 주님께서는 세상과 싸우라 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말씀이라는 만나로 먹여 주시고, 그리스도라는 반석에서 나오는 물로 채워 주시며, 그분의 법으로 훈계하신다. 또 성막이 그들에게 항상 있듯이, 우리 안에 주님께서 항상 계시어 위로하시고 힘을 주신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항상 승리할 수 있다.

광야, 육신의 눈으로 볼 때 그곳에는 바람과 모래와 바위와 전갈만 있지만, 영적인 눈으로 볼 때 그곳은 하나님의 임재와 말씀과 위로와 승리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광야를 어떻게 지나가야 하겠는가?

김기준 / 킹제임스성경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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