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신전 건축의 비밀결사, 프리메이슨

신전 건축의 비밀결사, 프리메이슨
 프리메이슨단을 단순한 석공 동업조합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16세기까지는 그렇다고 보아도 좋다. 숙련된 석공(메이슨)의 조합은 이미 고대부터 여타 동업조합 가운데서도 특권적 위치에 있었고, 특히 중세에 이르러 교회와 성곽 건축을 담당하면서부터는 사제와 귀족의 비호를 받았다. 각종 면제와 면죄, 특별재판 등을 누리게 된 이들 석공들은 ‘면제 석공’이라는 의미에서 프리메이슨이라고 불렸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동업조합이 신비주의적 비밀결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영국에서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장미십자회였다.즉 1650년경, 로버트 플러드의 제자들이 런던에 집결하여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장미십자회와 프리메이슨단이 결합하는 단초가 마련된다. 이들 가운데 한사람인 연금술사 엘리아스 에슈몰이 프리메이슨단의 ‘승인 석공 으로 영입된다. 입단한 에슈몰은 지부에서 많은 신학자와 학자들과 친분을 맺게 되고, 이들과 더불어 ‘학문의 이상적 신전인 솔로몬왕의 거처’를 건축한다는 목적을 띤 단체를 결성한다. 이 단체는 장미십자회에 속하는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슈몰은 프리메이슨의 지부에서 집회할 수 있다는 허락을 얻어낸다. 프리메이슨단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 것이 바로 이 장미십자회였고, 그 영향하에서 실질적 동업조합의 색채는 퇴색하고, 사변적 프리메이슨단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삼투압의 작용처럼 이 과정에서 연금술 성당기사단 그노시즘 등의 영향이 프리메이슨단에 흘러들어갔고 신비주의적 비밀결사로서의 면모도 갖춰지게 된다.


각 나라마다 몇 개의 본부가 있고 본부 밑에 작은 단위의 자치 그룹이 있는데 이것을 지부 혹은 아틀리에라고 한다. 본부 가운데 프리메이슨단을 비교적 색채로 완전히 변형시키는 역할을 맡았고 더구나 현대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승인된 고대 스코틀랜드 의식’이라는 이름의 본부에는 제 1 계급인 도제로부터 최고위인 제 33계급의 최고 총 대감독관에 이르기까지 도합 33단계가 있다. 최초의 기본 세 단계(도제, 숙련공, 장인)를 제외한 나머지 30단계는 스코틀랜드 상위계급이라고 불리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즉 제 4단계부터 제 14단계까지는 구약, 즉 유대 카발라와 관련을 갖고 주로 ‘쉐키나(신의 임재)’를 관심사로 한다. 나머지 단계들은 기사도 전통 및 헤르메스 전승과 관계되어 입문의식에 비중을 둔다. 또한 앞서서 지적했던 그노스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제 17단계도 있다. '동서양의 기사'라고 불리는 이 단계는 기독교적 그노시즘의 비의와 유사한 장엄한 의식을 행한다. 의식에서 사용되는 기사의 십자가에는 요한 계시록의 일곱 개의 봉인이 그려져 있다. 프리메이슨단의 입문의식의 목적을 애초에 석공이었던 그들의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가공되지 않은 돌’을 신전에 사용할 ‘입방체의 돌’로 다듬기 위한 것이다. 입방체의 돌은 솔로몬 신전의 양 기둥 사이, G자가 새겨진 별 밑에 그려져 있다.
 
세속인이 일단 도제가 되고 숙련공이 된 다음 마침내 장인이 되면 입문의식은 종결된다. 입단할 생각을 굳히면 세속인은 우선 ‘성찰의 방’으로 인도된다. 방에는 창문이 없고 벽은 온통 검은 색으로 도배되어있다. 책상, 의자가 하나씩 있고 책상 위에는 잉크병, 물병, 빵, 유황과 소금이 담긴 잔 두 개가 놓여있다. 벽에는 낫 모래시계, 수탉, 그리고 V.I.T.R.I.O.L. 이라고 쓰여진 단어 등 여러 가지 상징이 붙어있다. 신참자는 그 방안에서 자신을 성찰한다.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간 그는 연금술 대작업의 원초물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찰의 방은 연금술사의 작업에 쓰이는 철학의 알에 해당되고 신참자는 거기서 “죽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원초물질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유황과 소금, 그리고 벽에 그려진 수탉에 의해서 표현된다. 수탉은 고대의 상징에서 메르쿠리우스 신, 즉 수은을 상징한다. 성찰의 방에서 나온 신참자는 띠로 눈을 가리고 신전이 그려진 큰 그림 앞으로 인도된다. 거기서 신참자는 ‘우주의 위대한 건축가’인 신에게 맹세를 한다. 잉크로 종이에 쓰여진 서약은 붙태워지는데, 이것은 4원소의 영향을 입었음을 보여준다. 즉 종이(고체)는 대지를, 잉크는 물을, 말하기는 공기, 소각은 불에 해당한다. 형제단원들은 그에게 칼끝을 겨누고 입문의식에 작용한 좋은 기를 그에게 모아준다. 그리고 눈을 가렸던 띠가 풀려나가는 순간, 신참자는 ‘빛’을 받게 되고 동시에 그는 입문한다. 이 태양 빛을 거처로 신은 우주에 생명을 부여한다.

장미십자회의 로버트 플러드에게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프리메이슨 철학자들에게도 태양신학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신은 세계에 대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물질을 지배하는 힘이자 감각적 발현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는 우주의 법칙이다. 우주의 법칙에 대한 사변에도 역시 비교 전통의 영향이 깊이 숨어 있어서, 우주는 남성원리와 여성원리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세속인에서 도제로 입문하여 장인 계급까지 승급하고, 이어서 제 33등급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에서, 이들 프리메이슨이 추구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상적인 사원을 건축하는 기술’, 다시 말해서 예루살렘 사원의 상징적 재구축이다. 위대한 건축가인 신이 우주를 창조했듯이, 인간은 신의 명령을 따라 자연에 대하여 작업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인식인데, 상위 계급의 프리메이슨에 따르면 원초적 전승의 발자취를 다시 발견하고 ‘잃어버린 말씀’을 되찾을 때 그 인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메이슨단의 비교(秘敎) 이론은 당시 많은 철학 이론 및 종교적 독트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프리메이슨단에 입단한 저명한 작가나 예술가도 적지 않았고, 프리메이슨단의 영향을 표출하고 있는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오늘날 괴테의 파우스트와 모차르트의마술피리 같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현대인도 잠시나마 프리메이슨의 상징과 사상을 경험할 수 있다.

프리메이슨단에 관계되는 그림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상징을 이해하기만 하면 대부분이 설명된다. 중요한 상징 몇 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겠다.우선 빛나는 삼각형은 신성의 상징이자, 연금술 작업의 3대 물질(유황, 수은, 소금)을 나타내기도 한다. 삼각형 한가운데에는 여호와를 의미하는 헤브라이어 네 글자(테트라그람)가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고 신의 눈이 새겨져 있는 경우도 있다. 단원들 사이에 사용되는 그 유명한 세 개의 점이 바로 이 신성한 삼각형을 나타낸다. 한편 히람이 세운 솔로몬 신전의 그림에 두 개의 기둥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각각 ‘야킨’과 ‘보아즈’로 불리며, 빨간색(태양)과 흰색(빛)으로 칠해져 있다. 이 두 기둥은 능동과 수동, 빛과 어둠, 우주의 생산력과 파괴력 등 남성원리와 여성원리의 대립을 상징한다.두 기둥 가운데에는 별이 휘황하게 빛을 발하면서 도해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황금 분할에 의해 그려진 이 별은 호운을 부르는 작용을 한다. G는 그노스를 의미하며,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그노시즘의 단편을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별 형태로 육각성이 있다. 흔히 솔로몬의 인장으로 불리는 육각성은 이미 고대 훨씬 이전부터 비교 전통에서 사용된 상징으로, 흰색의 정삼각형은 신, 대우주를 나타내고 붉은 색의 역삼각형은 인간, 소우주를 나타낸다. 한편 불꽃 모양의 칼은 빛나는 ‘말씀’을 매개로 하는 창조의 상징인 동시에 입문 후보들이 시련에 의해 정화되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프리메이슨단의 특이한 입문의식에 접근하려면 우선 계급체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계급의 기본 단계는 동업조합 때의 세 계급으로 이루어지고, 그 위에 상위 계급들이 덧붙여졌는데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고대 기사단, 성당기사단, 헤르메스주의, 장미십자회, 그노스, 비밀법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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