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당신 지금 이런 생각 하지… 다 보여"

사람이 무슨 장면 봤는지 뇌에서 나오는 신호 분석해 실시간 동영상 재현 성공,

'다른 사람 생각 읽기' 첫 단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미래 예지력을 가진 돌연변이 쌍둥이의 꿈을 이용해 범죄를 사전에 막는다. 쌍둥이가 꿈을 꾸면 바로 스크린에 영화처럼 범죄 현장의 영상이 뜨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영화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버클리대 잭 갈란트(Gallant)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서 "사람이 영화를 볼 때 뇌의 변화를 포착해 무슨 장면을 봤는지 실시간으로 동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흐릿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본 영상과 전체적인 윤곽은 거의 일치했다.

연구진은 3명의 연구원에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게 했다. 그러면서 특정 영상을 볼 때 뇌의 어느 부위에 피가 몰리는지를 알아냈다. 이를테면 뾰족한 물체를 볼 때와 둥근 물체를 볼 때 각각 달리 나오는 뇌신호를 파악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뇌신호가 오면 미리 입력된 동영상 데이터베이스(DB)에서 비슷한 모양의 물체가 나오는 영상을 골라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DB로 활용된 것은 유튜브에서 무작위로 고른 1800만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DB에서 뇌신호에 가장 잘 맞는 100편의 동영상을 추려내 그것을 합성해 하나의 영상을 만들었다. 컴퓨터가 만든 동영상이 번져 보이는 것도 여러 동영상을 합쳤기 때문이다. 정확도는 75% 이상이었다.

갈란트 교수는 "기초 자료로 입력된 1800만초의 영상은 사람이 일생 눈으로 보는 것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며 "입력된 영상 자료가 많아질수록 재현 영상도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발전하면 사지가 마비돼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목이 마르면 스크린에 물컵이 나오게 하는 식이다. 좀 더 기술이 발전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영상으로 훔쳐보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 김학진 고려대 교수(심리학과)는 "뇌 연구가 초래할 문제점을 미리 논의하면 바람직한 연구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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