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슨 장면 봤는지 뇌에서 나오는 신호 분석해 실시간 동영상 재현 성공,
'다른 사람 생각 읽기' 첫 단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미래 예지력을 가진 돌연변이 쌍둥이의 꿈을 이용해 범죄를 사전에 막는다. 쌍둥이가 꿈을 꾸면 바로 스크린에 영화처럼 범죄 현장의 영상이 뜨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영화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버클리대 잭 갈란트(Gallant)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서 "사람이 영화를 볼 때 뇌의 변화를 포착해 무슨 장면을 봤는지 실시간으로 동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흐릿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본 영상과 전체적인 윤곽은 거의 일치했다.
연구진은 3명의 연구원에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게 했다. 그러면서 특정 영상을 볼 때 뇌의 어느 부위에 피가 몰리는지를 알아냈다. 이를테면 뾰족한 물체를 볼 때와 둥근 물체를 볼 때 각각 달리 나오는 뇌신호를 파악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뇌신호가 오면 미리 입력된 동영상 데이터베이스(DB)에서 비슷한 모양의 물체가 나오는 영상을 골라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DB로 활용된 것은 유튜브에서 무작위로 고른 1800만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DB에서 뇌신호에 가장 잘 맞는 100편의 동영상을 추려내 그것을 합성해 하나의 영상을 만들었다. 컴퓨터가 만든 동영상이 번져 보이는 것도 여러 동영상을 합쳤기 때문이다. 정확도는 75% 이상이었다.
갈란트 교수는 "기초 자료로 입력된 1800만초의 영상은 사람이 일생 눈으로 보는 것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며 "입력된 영상 자료가 많아질수록 재현 영상도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발전하면 사지가 마비돼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목이 마르면 스크린에 물컵이 나오게 하는 식이다. 좀 더 기술이 발전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영상으로 훔쳐보는 일도 가능할지 모른다. 김학진 고려대 교수(심리학과)는 "뇌 연구가 초래할 문제점을 미리 논의하면 바람직한 연구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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