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4일 수요일

동남아 바이러스 유입… 독해진 수족구병, 2년새 6배나 늘어

동남아 바이러스 유입… 독해진 수족구병, 2년새 6배나 늘어


수년 내 大유행 가능성 - 5세 이하 영·유아에 발생, 뇌염·신경마비 증세 겪다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동남아와 중국에서 매년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 71형(EV71)'에 의한 수족구병(手足口病)이 지난 2년 새 국내에서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만 5세 이하 영·유아들의 입과 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데, EV71 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에 걸리면 드물게 뇌염·신경마비·폐출혈 같은 증세를 겪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예전처럼 "저절로 낫는다"면서 방치해두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 내에 더 강력해진 수족구병이 대(大)유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2년 전보다 환자 발생률 6배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올해 8월 말까지 집계된 지난 3개년간 국내 수족구병 통계를 토대로 수족구병 유행의 정점(頂點)을 비교해보니 올해 26주차(6월 중순)의 진료환자 1000명 중 수족구병 환자의 수가 29.4명에 달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12.8명)의 2.7배, 2009년(29주차의 4.7명)의 6배에 달하는 것이다.

환자만 는 게 아니라 병이 더 독해지기도 했다. 수족구병에 걸리면 보통은 손과 발, 입술 등에 물집이 잡혔다가 대개 별다른 치료 없이도 7~10일 만에 낫는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혀와 잇몸, 입 안쪽에 쓰라린 물집이나 궤양이 생기고 심한 열까지 동반해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속출했다.

이는 동남아에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71형(EV71)' 때문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보통 우리나라의 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했는데, 2009년부터 EV71 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올해의 경우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EV7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원인인 듯

EV71 바이러스는 1997년 말레이시아, 1998년 대만을 거쳐 2000년대에 중국에 상륙해 수족구병 대유행을 일으킨 바 있다. 대부분 경미한 증세로 끝나지만 드물게 치명적인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킨다. 국립보건연구원 천두성 박사는 "뇌간 뇌염, 신경인성 폐부종, 폐출혈, 쇼크사(死) 같은 사례가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70만명의 수족구병 환자가 발생해 이 중 900여명이 사망했고, 베트남은 올해 7월까지 3만6000여명 중 8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2009년 처음 수족구병으로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올해도 수족구병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영·유아의 사망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아직 증거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족구병이 엔테로바이러스의 번성 주기(3년)를 따라 국내에서 주기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지형 일산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점점 더워지는 기후 변화, 영·유아들의 집단생활 증가, 동남아 지역과의 잦은 교류 등으로 인해 EV71 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 발병 가능성은 매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3&aid=0002307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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