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0일 금요일

마약에 망가지는 북한 주민들

단속원들도 중독… 북한 당국 사실상 손 놓은 상태



북한의 마약 밀매상인은 옷이 물에 젖으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벌거벗은 채 국경을 넘나든다. 2007년 사진. 두리하나선교회 홈페이지


북한에서 마약중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에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이처럼 마약이 대량으로 퍼지게 된 것은 당 간부들과 고위 당국자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마약제조를 일삼으면서 마구잡이로 퍼져나가 이제는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재무부, 국방부 등 14개 부처로 구성된 ‘북한실무그룹(North Korea Working Group)’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정일과 측근들은 마약밀수 등의 수법을 동원해 연간 3~5억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후 이를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해온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에서 이처럼 마약 거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북한 마약제조에 직접 가담한 경험이 있는 김 모(48) 씨는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약실태에 대해 충격적인 내용을 전해줬다. 김 씨는 민간차원에서 마약을 제조해 유통시키는 이른바 ‘조직’ 출신으로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국내에 입국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평양시 상원군과 함경남도 흥남에 각각 제약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300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참상이 발생하던 와중에 제약공장에서 마약 제조공장으로 둔갑된 이 공장들은 제약회사 간판만 걸어둔 채 북한의 대표적인 마약 생산기지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마약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라남제약공장의 모습. 2005년 사진. 데일리NK제공

당국은 제약회사 간판 걸고 마약 생산



이들 공장은 최근까지도 마약을 제조하고 있는데 하루 약 6~10kg 규모의 ‘빙두(필로폰의 은어. ‘얼음’으로도 불림)’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시가로 약 100만 달러(한화 약11억 원) 상당에 달하는 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이렇게 제약공장에서 생산된 ‘빙두’를 중국 삼합회(三合會)와 일본 야쿠자 등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해 각각 다른 루트로 해외에 밀수한 뒤 김정일의 비자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이들 공장에서 제조되는 필로폰은 모두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로만 구성돼 있으며, 제조과정에서 강력한 유독성가스가 발생해 근로자들은 물론 인근지역 주민들까지도 대부분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에서의 필로폰 제조도 상당히 확산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민간제조는 제약공장에서 근무하며 기술을 익힌 근로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마약을 제조하면서부터 시작됐으며, 현재는 평양시 상원군과 함경남도 흥남, 함경북도 청진을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필로폰은 중국 범죄조직으로부터 재료를 사들이는 브로커와 제조자, 유통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 ‘조직’이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은 북한 전역에 수 백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은 적발 시 최고 사형 혹은 무기징역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조에 나서고 있다.


이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흰 색의 유독성가스로 인해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깊은 산 속 혹은 책임자에게 뇌물을 주는 방식으로 군(軍)부대 내의 빈 건물에서 제조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 개 조직이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제조되는 양은 약 0.5~1kg 가량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제조된 필로폰들은 국경경비대에 뇌물을 주고 강을 건너 중국으로 밀수돼 1g당 중국 돈으로 약 120위안(한화 약 2만원)의 가격에 중간상에게로 넘겨지며, 조선족 밀집 지역이자 한국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의 술집 등지에서 은밀하게 팔려 나가고 있다.


흡입자는 전체 인구의 30~35% 추정



북한산 필로폰은 중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오기도 한다. 자세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밀수된 필로폰은 대략 20배 정도 가까이 가격이 올라 국내에서도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현재 북한의 필로폰 흡입 인구를 전체(약 2400만 명)의 30~35% 가량으로 예상했다. 필로폰 중독 인구는 10대 소년에서부터 80대 노인까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성매매와 술집을 중심으로 직업 여성층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필로폰의 유통 증가에 따른 각종 폐해도 속출한다. 한 번 필로폰을 접한 사람은 대부분 중독자로 전락하며, 이들은 필로폰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강도를 하거나 집을 팔아 구입하는 무모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윗사람에게 명절 선물을 필로폰으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흡입이 일상화 되어 있을 정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단속에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남한의 경찰청에 해당되는 인민보안성은 북한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필로폰 중독 인구에 위협을 느끼고 ‘불법적인 마약거래 행위로 경제발전과 국방력강화를 저해하는 반국가적 파괴행위’에 대한 6개 항으로 된 포고문을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마약 사범 50명을 공개 처형하고 그 가족까지 지방으로 추방하며 강경한 단속 태도를 보였고, 실제로 감옥 수감자의 대부분이 마약 범죄자일 정도로 단속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결국 단속원들까지 마약에 중독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사실상 단속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원들은 붙잡은 사람에게 석방의 대가로 현금이나 담배 등의 뇌물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요즈음에는 직접 필로폰을 요구하고 있으며, 단속원들도 중독자가 많아 공짜로 필로폰을 얻을 수 있는 탓에 사실상 검거를 하지 않고 방치하며 서로 공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매번 검열한다고 사람을 보내고 있는데 이제는 당국에서 검열을 백번 내려와도 어쩔 수 없다. 전반적으로 ‘빙두’를 다하는데 그렇다고 다 죽이거나 교화소에 보낼 수 없지 않는가? 사람들이 힘들고 답답하니까 차라리 ‘빙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있다”며 현재의 북한 사정을 전했다.


남창희 기자 sisa@epoch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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