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일 일요일

21C 경제강국 중국, 높아지는 ‘헤게모니 콧대’

21C 경제강국 중국, 높아지는 ‘헤게모니 콧대’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신년기획 부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2-1>]



2011년11월9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상징인 궈마오(國貿)빌딩에서 “중국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로서 글로벌 경제에 필요한 책임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을 잔뜩 치켜세웠다. 중국의 한 민간단체인 IFF(International Finance Forum)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며 그를 부르자,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된 라가르드 총재는 불원천리(不遠千里)로 달려와 중국의 찬사를 늘어놓았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지난해 11월4일, 칸느G20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중국을 찾았다.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의 돈’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3조200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GDP(국내총생산)가 6조달러로 세계 2위인 중국. 세계경제가 미끄럼을 탄 지난해에도 9.2%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세계경제의 안전판’을 자처하고 있다. 과도한 빚더미로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미국과 유럽, 일본 등도 높아지는 중국의 콧대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양상이다.



 
◇세계경제 헤게모니 장악 나선 중국=중국은 2011년 12월22일과 23일, 태국 및 파키스탄과 잇따라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중국이 체결한 통화스왑협정은 한국 등 14개국, 1조3012억위안(234조2160억원)이나 된다. 각국의 통화가치 안정을 제고하면서 국제통화로서의 위안화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500억달러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3000억달러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와 별도로 30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새로 설립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가치가 불안정한 미국과 유럽의 국채 의존도를 줄이고 발전가능성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올해 39만117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일본(34만4598건)을 제치고 미국(49만226건)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무인우주정거장인 톈궁선저우(天宮神舟)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올해 다른 나라의 위탁을 받아 5개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또 자체 개발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떠우(北斗, 북두칠성)’을 시험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모두 3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이 뿜어내는 힘이다. 돈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11년 11월4일, 칸느G20정상회담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체제와 이념 및 발전방식의 폐해를 드러낸 것이다.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남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해 12월25일,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호황기에 기업의 수익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불황기에는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변동성만 키운다, 그들의 신용평가를 믿기 어렵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등을 내세우며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위협’하자 ‘해 볼테면 해보자’며 전면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G2 부상 메카니즘=13억4000만명의 인구와 960만㎢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 덕분에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성장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첫째 막대한 철도 및 고속전철과 고속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이 가능하다. 미국이 19C에 철도를 건설하며 서부개발에 나섬으로써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처럼, 중국도 SOC 건설과 도시화를 통해 30년 동안 연평균 9~10%의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도시화로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째 엄청난 시장의 존재다. ‘한 사람에 한 개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계산으로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 기업이 실패했지만, 수많은 중국 기업들은 바로 그런 이유로 성공하고 있다. 수박씨와 매추리알로 중국 10대 부자로 올라선 둥팡시왕(東方希望) 그룹과 음료수 기업 와화하(娃哈哈), 한국의 바카스와 비슷한 강장음료인 홍뉴(紅牛, Red Bull)로 대박을 터트린 화빈(華彬) 등이 대표적 예다.



시장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중국개발은행(CDB)이 105억달러를 지원해 통신장비업계의 세계 2위인 화웨이(華爲)와 5위인 중싱(中興)을 육성했다. 또 따탕뎬신(大唐電信)에 60억위안(1조원)을 지원해 3G통신의 3대 국제표준 중 하나인 TD-SCDMA(시분할 연동코드 분할다중접속)를 개발했다. 치루이(奇瑞)자동차에도 177억위안(3조1000억원) 쏟아 부어 체리(CHERRY)라는 자체브랜드 승용차를 생산한다. CDB는 5조1123억위안(약895조원)에 이르는 자산으로 ‘세계기업 제조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정치가 안정된 것도 중요한 요소다. 박근태 재중한국상회 회장(CJ차이나 대표)은 “20~3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거쳐 지도자를 육성하고 10년 동안 정권이 유지됨으로써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점이 급속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중요한 2개의 터닝 포인트=1997년의 아시아 통화위기와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이 급부상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아시아 4마리 용’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한국이 외환부족으로 한순간에 위기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핵심 기술 없이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국어를 배우려는 한위러(漢語熱)가 더욱 뜨거워진 것도 이때부터다.



중국경제를 연구하는 한 학자는 “중국의 1인당 GDP는 4300달러 정도이지만 6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이 5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20%의 부자가 80%의 소득을 차지한다는 파레토법칙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경제중심지의 높은 소비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보다 3배나 부자인 사람이 한국 전체인구보다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나라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직도 최저빈곤선이 2300위안(41만4000원)으로 UN(국제연합)이 정한 하루 1.25달러를 밑돌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하지만 3조2000억달러의 나라 돈과 6만달러 이상의 개인 구매력은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경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인력(引力)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08&aid=0002706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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