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1일 목요일

‘화폐전쟁’ 저자 中 쑹훙빙 환추 재경연구원장 인터뷰

“달러체제 갑자기 붕괴할것… 亞 화폐동맹 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화폐 전쟁’의 저자 쑹훙빙 환추 재경연구원 원장. 그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앞으로 한국도 미국이나 동아시아와의 동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쑹훙빙 원장 제공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달러 체제는 갑자기 붕괴할 것이고 전쟁까지 날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화폐 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 환추(環球) 재경연구원 원장(43)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단호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새 책을 집필하느라 베이징(北京) 외곽 샹산(香山)에 칩거하고 있다.

○ 위기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달러의 신용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한 국가가 세계의 무역결제 화폐를 제공하는 제도는 내적 결함을 갖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발전하고 각국 외환보유액은 커졌다. 이는 미국 국채수요를 끊임없이 높였고 미국의 세수는 국채 발행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적자는 계속 커졌고 신용등급 하락은 조만간 닥칠 일이었다.”

―여파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나.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신용등급 하락이 미국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증시가 요동치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 국채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이 기회를 이용해 제3차 양적완화를 요구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월가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함께 손을 잡고 미국 국회와 정부에 (돈을 찍어내라고) 압력을 넣는 큰 공연을 펼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앞으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 같은가.

“현재 월가와 금융회사들이 제3차 양적완화를 기대한다. 새로운 양적완화가 없으면 미국 경제가 곧 쇠퇴의 길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는 미국의 당면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도 계속 커질 것이다.”

○ 달러체제 몰락의 서곡

―이번 사태로 미국의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할까.

“단기적으로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미국의 금융패권을 흔들지 못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모든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 많은 국가가 외환보유액의 다원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은행도 안 사던 금을 사지 않았나. 이는 가장 달러체제를 신임해온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달러체제에 대한 불신이 이미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달러체제가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달러체제는 천천히 쇠퇴의 과정을 밟는 게 아니라 위기를 통해 갑자기 붕괴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은 비경제적, 비금융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쟁 등을 일으키거나 정치적 조치로 세력 약화를 막으려 할 것이다. 인민폐를 포함해 각국이 달러의 지위를 빼앗는 과정에 아주 격렬한 투쟁이 발생할 것이다. 심지어 전쟁까지 발생할 수 있다.”

―금 가격 상승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왔다.

“금 가격 상승은 금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세계가 달러 자산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점점 많은 사람이 달러체제를 의심하고 달러 자산을 바꾸려 할 것이다. 금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며 금이 달러의 진정한 경쟁자가 되는 서막이 열렸을 뿐이다.”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미국이 선견지명이 있다면 미래의 화폐제도인 초국가적인 화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세계를 새로운 화폐체제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안목이 짧아 이런 역사적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것 같다.”

○ ‘이탈리아’가 관건

―유럽에서 위기설이 나온다.

“‘이탈리아 부채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관건이다. 이탈리아는 세계 3대 채권시장이다. 만약 이탈리아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유럽 국가의 신용위험은 매우 커질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로 어떤 영향을 받는가.

“득실이 함께 있다. 먼저 손실은 자산상의 엄청난 손해다. 이득은 중국이 달러는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화폐라고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과 화폐동맹, 심지어 ‘아시아 화폐’도 추진할 것이다. 이는 달러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외부 환경 악화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나 연말에야 중국이 반응할 것인데, 응급조치를 다시 취하지 않으면 경제발전 목표에서 훨씬 멀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다시 경기부양책을 쓴다는 뜻인가.

“2008년 때처럼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경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 (내년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경제발전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 갈림길에 선 한국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로는 아시아 국가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국제 투자자와 세계시장이 한국시장을 불안정하게 본다. 한국의 이런 근본적인 불안정성은 달러화가 내리막길을 가면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로 체제로 설명하겠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현재 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것과 같은 달러문제에 직면했다. 각국 화폐가치가 대부분 올랐고 환율과 무역에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일련의 사태는 유럽이 달러체제를 벗어나도록 만들었다. 지금 아시아 국가들이 그렇다. 달러로 인해 각국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달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모두의 공동이익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동일한 시장, 동일한 화폐를 향해 나갈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앞으로 새로운 체제에 가입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체제 속에 있을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역사문제를 해결하고 하나의 이익동맹체를 결성하기를 바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쑹훙빙과 ‘화폐전쟁’ ::



2007년 출간된 쑹훙빙 원장의 ‘화폐 전쟁’(사진)은 이듬해 후반 세계를 휩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세계의 돈줄을 쥐고 글로벌 경제를 주무르는 금융 엘리트 가문의 역사를 음모론 관점에서 풀이한다. 1929년 대공황의 배후에는 금융 재벌들의 ‘새 판 짜기’ 의도가 숨어 있었으며 위안화 절상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도 이미 화폐 전쟁에 발을 들여놨다고 주장한다. 쑹 원장은 1968년 중국 쓰촨(四川)에서 태어나 둥베이대를 졸업한 뒤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정보기술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고문을 맡으며 파생금융상품을 접해 ‘화폐 전쟁’을 쓰는 밑거름이 됐다.



http://news.donga.com/Inter/3/02/20110812/39482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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