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일 월요일

무서운 산사태, 동네 뒷산은 안전할까?

무서운 산사태, 동네 뒷산은 안전할까?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으로 확인 가능
지난 며칠간 수도권을 덮친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 새벽에는 뒷산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춘천의 한 펜션을 덮쳐 13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침 8시 30분 즈음에는 서울 우면산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우면동 형촌마을로 밀려들어 60가구가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 와중에 모 대기업 회장 부인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 27일 아침 남태령 전원마을 덮친 산사태로 인해 골목 안에 자동들이 뒤엉켜 있다.

이어 9시에는 산 반대편의 남태령 전원마을에서도 사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토사와 더불어 큰 나무가 휩쓸려 내려오면서 7명이 사망하고 주택 20여 채가 파묻혔다. 전원마을에 사는 직장인 김경환(30) 씨는 “바로 이웃집에까지 산사태가 밀어닥쳐 전기가 일시적으로 끊기고 수도 공급이 재개되지 않아 흙을 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면산의 북사면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방배동의 한 아파트가 4층까지 흙더미에 파묻히는 바람에 4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주민들은 사다리를 타고 긴급 대피했다. 예술의전당도 피해를 입어 현재 전시와 공연 등 모든 행사가 중단된 상태다. 부근을 지나는 남부순환도로는 뿌리째 뽑힌 나무와 바위, 토사 등으로 덮혀 28일 오후 현재까지도 일부 구간이 통제된 상태다.

이후로도 산사태 소식은 계속됐다. 오후 9시 15분에는 경기도 포천 신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인근 농원을 덮쳐 2명이 사망했고 8명이 실종됐다. 오후 10시에는 인근 야산에서 또 다른 산사태가 펜션을 삼켜 사상자가 생겼다. 이어 오후 11시 30분 즈음에는 포천 일동면의 빌라 2채가 순식간에 밀려든 흙더미에 파묻혀 2명이 숨졌다.

다음날인 28일 오전 10시 15분에는 경기도 동두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아래에 있던 암자를 덮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었다. 이외에도 수도권과 영서지방, 부산지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산사태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산사태 원인은 천재와 인재 결합돼

4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수도권 산사태의 첫 번째 원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양의 폭우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하루에만 서초구 약 400밀리미터, 강남구 300밀리미터, 관악구 260밀리미터 등 몇 개월 분량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우면산이 위치한 서초구는 산사태가 발생할 당시 2시간당 164밀리미터의 비가 내려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넘어섰다. 지난 며칠간 강남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이 연간 강수량의 3분의1에 달했을 정도다.

갑작스럽게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는 현상을 ‘게릴라성 집중호우(guerrilla rain)’ 또는 ‘국지성 집중호우(torrential rain)’라 부른다. 최근 수도권의 폭우는 남쪽에서 불어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북서부의 건조한 공기와 북동부의 차가운 고기압을 만나 낮게 깔리면서 발생했다. 이 와중에 따뜻한 공기가 위로 상승하는 대류현상으로 두터운 구름층이 형성되면서 잦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린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과 더불어 도심 지역의 더운 공기로 인한 상승기류 부채질 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현재의 기상예보 기술로는 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폭우가 내리면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표층을 덮는 흙도 함께 쓸려 내려간다. 보호막 역할을 해주던 나뭇잎과 이끼 등이 사라지면 나무의 뿌리와 암반층이 드러나 땅이 깎여나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 4층까지 토사가 밀어닥친 방배동 아파트 현장에서 군인과 경찰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이 한 쪽으로 모여 자연적으로 빠지도록 배수시스템을 구축하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춘천 산사태의 경우에는 토사와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으면서 물이 역류했고, 물러진 표층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아래쪽의 펜션으로 밀려들었다.

연구에 따르면 경사로의 겉면인 표층이 너무 얇거나 그 아래 심층의 토질과 다르면 산사태가 가속화될 수 있다. 우면산도 각종 개발로 인해 표층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추석 때 내린 폭우로 땅이 물러진 상태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인공호수와 목재계단을 만드는 등 지표면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낙뢰로 인해 진동이 커지면서 표층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있다.

평평한 터를 확보하기 위해 산을 깎아서 절개지를 만든 것도 원인 중의 하나다. 사전에 충분한 토질조사를 실시해 제대로 된 설계를 해야 하는데 성급한 판단으로 인해 공사 도중 붕괴되거나 설계가 변경되는 절개지가 국내에서만 한해 30퍼센트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산림내 위험절개지 현황’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우면산 전원마을은 산사태 위험도가 C등급으로 전체 A~D 등급 중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재 서울시 내에는 총 71개의 절개지가 분포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10곳 이상이 C~D 등급을 받은 최고 위험지역이다. 예상치 못한 폭우는 천재(天災)라 해도 위험지역을 특별 관리하지 않은 것은 인재(人災)라 불릴 만하다.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으로 확인 가능

폭우로 인한 산사태는 단시간 내에 많은 사상자를 낸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지난 1월 브라질에서는 2건의 산사태만으로도 각각 152명과 168명이 사망한 바 있다. 지난달 일본 중부 나가노현에서는 산사태로 도로와 터널이 막혀 주민 수천 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산사태 가능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기존의 2차원적 측정에서 나아가 지역의 토지 특성과 더불어 주변환경, 개발상황, 인구분포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3차원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림청에서는 전국의 모든 임야를 10미터 단위 격자로 나누어 산사태 위험지역을 측정하고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 홈페이지(http://sansatai.forest.go.kr)에 접속해서 하단의 ‘산사태 공간정보’를 클릭하면 누구나 자기 동네의 위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을 입력하자 사상자를 낸 우면산 남쪽 형촌마을의 뒷산 지역이 최고 위험등급인 붉은색 1등급로 표시되어 있다. 큰 피해를 입은 북쪽의 방배동 아파트 지역도 붉은색이 가득하다. 평소에도 산사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서쪽 사면의 전원마을도 2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 우면산 북쪽 사면의 예술의전당과 방배동 일대 또한 1등급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개발과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 아닌 인재라 비난받는 것도 그동안 위험지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부분 사유지라서 보강공사를 실시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번처럼 수십 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일을 막으려면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지속적인 보강공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일부의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이 오히려 공동체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5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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