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5일 금요일

9·11테러 10주년 앞두고 세계무역센터(WTC) 현장 공개

"절망이 이곳을 지배한 건 하루뿐

우린 다음날부터 뉴욕을 재건했다"

쌍둥이빌딩 있던 자리에 인공폭포로 만든 추모공원

6개의 WTC 빌딩이 둘러싸

희생자 명단, 알파벳順 아닌

생전 가까웠던 사람끼리 묶어

한국인 13명 영문이름도 올라

"10년 전 9월 나는 비행기가 쌍둥이빌딩에 충돌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커다란 두 개의 타워가 소멸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바로 이 흰 천 아래 그날 목숨을 잃은 동료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4년 전 은퇴 후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단지 건설 현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루이스 저스트리씨는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 만들어진 인공폭포의 테두리를 쓰다듬었다.

◆3500명이 추모공원 마무리 공사 중

뉴욕시가 9·11테러 10주년을 약 한달 앞둔 4일 WTC 단지 건설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WTC 단지는 쌍둥이빌딩이 무너진 자리에 만들어진 추모공원을 6개의 고층빌딩이 둘러싼 모양이다. 오는 9월 11일 공개될 추모공원 '부재(不在)의 반추' 마무리 작업을 위해 현장에선 약 3500명이 일하고 있다. WTC 단지 건설을 총괄하는 실버스틴 프러포티의 래리 실버스틴 CEO는 "10년 전 인간성의 가장 추악한 그림자가 이곳을 지배했다. 그러나 악(惡)의 공포는 오래가지 못했고 우리는 바로 다음날부터 재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9·11테러 10주년을 앞두고 세계무역센터(WTC) 단지 건설 현장을 4일 공개했다. 쌍둥이빌딩이 서 있던 자리엔 건물 대신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형 인공폭포 2개가 설치됐다. 폭포 뒤에 보이는 고층건물은 2012년 완공 예정인 104층의 1 WTC(왼쪽)와 2006년 완성된 52층짜리 7 WTC다. 고층건물과 폭포 사이의 건물은 9·11테러 추모관이다. /뉴욕=김신영 특파원



WTC 단지는 6개의 건물과 추모공원, 버스와 기차가 다닐 교통 허브, 공연장, 전시장 등으로 이뤄진다. 현재 완성된 건물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입주해 있는 7 WTC 하나뿐이다. 뉴욕시는 미국인들이 불길하게 여기는 숫자 6을 건너뛰고 여섯 번째 빌딩에 7 WTC라는 이름을 붙였다. 1~5번 WTC는 2012년 말 완성될 104층 높이의 1 WTC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예전 쌍둥이빌딩이 서 있던 지점의 바로 북쪽에 만들어지고 있는 1 WTC는 현재 78층까지 올라간 상태다.

◆희생자 명단엔 한국이름도

2001년 9월 11일 쌍둥이빌딩이 있던 자리를 뉴욕시는 비워놓기로 했다. 2983명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건물이 있던 자리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 두 개가 들어선다. 폭포 주변은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채워진다. 9·11 추모재단 조 대니얼스 CEO는 "희생자들을 알파벳순으로 기계적으로 배열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가족들에 일일이 물어 희생자들의 이름을 생전에 가까웠던 사람들 옆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9·11 추모재단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출생지·근무지·사망장소 등에 따라 검색할 수 있는 '추모공원의 이름들'을 홈페이지에 4일 공개했다.

나란히 이름이 새겨진 존·조셉 비지아노 형제. 테러 발생일에 형인 존은 뉴욕 소방서, 동생 조셉은 뉴욕경찰 비상계획부 소속으로 현장을 찾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쌍둥이빌딩에 충돌한 아메리칸에어라인 탑승자였던 리처드 로스의 이름은 로스의 딸 애비게일의 가장 친한 친구 스테이시 샌더스 옆에 자리 잡았다. 샌더스는 쌍둥이빌딩에 근무하고 있었다. 'LG화재에서 일하던 구본석씨' '인천에서 태어난 대니얼 송씨' '1972년생 박계형씨'…. 9월 11일 모습을 드러낼 추모공원의 인공폭포 주변엔 한국 출생자 13명의 이름도 영문으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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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신영 특파원 sky@chosun.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23&aid=000229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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