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일 화요일

‘쌈짓돈 등치는’ 대학생 과외 중개



ㆍ회원 가입비 챙기고 잠적 수수료로 한달 수업료 떼

ㆍ“너 아니어도 강사 많다” 알선업체 횡포 피해 속출

지난달 초 새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고심하던 대학생 최모씨(24)는 인터넷 과외 중개업체인 ㄷ사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명씩 “선생님을 찾는다”는 중·고교생 회원들이 가입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과외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회비가 없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최씨는 매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통해 희망하는 과외 교습 과목, 시간대 등 학생들의 구체적 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학생 연락처와 ID 등은 가려진 상태였다. “정회원이 되면 학생과 연결될 때까지 무한대로 챙겨드린다”는 안내문을 본 최씨는 6개월치 정회원 가입비로 5만원을 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후 한 달 동안 단 한 차례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회사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나중에 전화주겠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다시 연락을 취했을 때에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들렸다.

대학생들을 울리는 과외 중개업체가 말썽을 빚고 있다.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해 회비만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과외 교사로 채용했다 강의만 수개월 시킨 뒤 폐업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화상 과외업체 ㅂ사에서 3개월간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한 대학생 김모씨(25)도 회사의 횡포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고3 남학생이 수업 시작 한 달여 만에 “선생님이 자주 바뀌고 시스템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며 사이트를 탈퇴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업체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그만뒀기 때문에 계약서대로 위약금을 물어내라”며 김씨를 압박했다. 학생이 탈퇴 이유를 ‘운영체계의 문제’라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급여의 절반가량인 38만원만 받고서 반강제적으로 강사직에서 물러났다. 항의도 여러차례 해봤으나 “너 아니어도 선생은 많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중·고생 학부모들에게는 6개월~1년치 선불로 과외비를 받아 챙긴 뒤 대학생 등 강사에게는 띄엄띄엄 급여를 지급하다 나중에는 아예 잠적하는 업체도 많다.

현재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ㄱ에듀, ㄷ교육원, ㅇ교육, ㅎ교육 등의 업체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대학생 등이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를 만들어 회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업체의 ‘농간’을 피하려는 대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수수료가 없는 ‘과외 카페’로 몰린다. 이곳에서도 과외알선업체들이 학부모를 가장해 게시물을 올리는 등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다급한 대학생들은 ‘소개비로 과외비의 일부만 떼면 된다’는 말에 솔깃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업체 알선에 의한 과외는 수수료가 높아 때로는 첫 달 수업료 전부를 떼어가기도 한다. 일부 대학생은 ‘일정 점수 미달 시 전액 환불’을 과외 조건으로 내거는 등 ‘제살 깎아먹기’ 경쟁까지 하고 있다.

온라인교육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명 강사의 동영상 강의나 EBS 강의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학생 과외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과외를 하려는 대학생들은 넘쳐나 중개업체가 이 틈새를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보·김형규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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