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7일 목요일

요오드약, 파는 게 아닙니다

[동아일보] 방사능 걱정에 시민들 병원-약국마다 문의 쇄도

정부 “위험징후 땐 무상공급”… 13만명분 비축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안정화 요오드(사진)를 구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만 병원이나 약국에서 구할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할 뿐입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미래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신광철 원장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안정화 요오드에 대한 문의전화를 하루에 수십 통씩 받는다.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감기에 안 걸린 환자도 타미플루를 무조건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날아올까 걱정하는 주민들이 안정화 요오드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정화 요오드(성분명 요오드화칼륨)는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지만 국내 수요가 없어서 생산 또는 수입이 중단된 상태.

단, 원자력 사고에 대비해 국가가 무상으로 지급하려고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서울대병원 등 21개 방사선 비상 진료지정 의료기관과 방사선보건연구원이 13만 명분을 보관하고 있다.

방사성 요오드는 체내에 들어오면 대부분 갑상샘에 모인다. 여기서 방사선을 방출하며 갑상샘암 등 질병을 일으킨다. 안정화 요오드는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샘에 모이지 않고 몸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방사성 요오드를 흡입한 뒤 15분 내에 안정화 요오드를 투여하면 90% 이상의 방어 효과가 생긴다. 안정화 요오드는 방사성 요오드가 없어질 때까지 매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루 130mg(유아는 65mg)이 적당하다.

이보다 많이 복용하면 갑상샘 기능 이상, 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황보영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약제팀장은 “특히 임신부가 안정화 요오드를 다량 복용하면 태아의 갑상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오드가 아닌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안정화 요오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안정화 요오드가 급속히 팔리고 있는 미국 하와이에서도 보건당국이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며 별도로 공지하기 전까지는 섭취하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다.

석주원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혹시라도 일본에 갈 일이 생겨 방사선 노출이 걱정된다면 요오드를 많이 함유한 다시마, 미역, 김을 섭취해도 되지만 음식물로는 큰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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