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1일 월요일

혹시 방사선 노출? 오염부위 씻어내세요

[한겨레] 옷·신발 등은 폐기 처분해야

대량 피폭땐 암 발생 높아져

불필요한 시티 촬영 삼가야

최근 일본 동북부 지방의 대지진 뒤 잇따른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방사선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지방의 원자력발전소에서 30㎞ 떨어진 곳에서 보통 때보다 700배에 달하는 35마이크로시버트(μSv)의 방사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현재 바람 방향이 그대로 유지되면 직접적인 방사선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전문의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는 요령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나친 우려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뿐이라고 설명했다.

■ 암 발생 가능성은 얼마 방사선 피해에 대한 위험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이 떨어진 곳에서의 생존자 연구나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뒤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를 보면 원자력발전소 근처 주민이 발전소의 폭발 등으로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조사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주요 증상이 식욕감퇴, 구역, 피로, 설사, 두통 등인데, 약 1주일 동안은 이런 정도의 증상만 나타난다. 그 뒤에 방사선 노출량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뇌 등 중추신경계 장애, 위나 대장 등의 소화관 출혈, 골수 등 조혈기관의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생존하게 되면 6~8주에 걸쳐서 회복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뒤에 백혈병, 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피부암 등 각종 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방사선 피해 가능성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발표를 보면 일본의 대지진 뒤 일주일이 지났어도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울릉도에서도 방사선 준위는 평상시 수준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 상공은 4계절 내내 서풍 혹은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우리나라가 방사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원전 폭발사고 뒤 대기 중에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태평양 쪽으로 흩어지고 있어, 우리나라 등에는 당장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혹시 바람 방향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환경단체들은 국내의 원자력발전소도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방사선 피해 최소화 요령 관련 전문가들은 방사선 피폭량은 방사선의 세기와 시간의 곱으로 나타나기에 최대한 노출시간을 줄여야 하며, 방사선원과 피폭자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들므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혹시라도 방사선에 피폭됐다면 옷, 신발 등 오염된 물체들을 서둘러 제거하고 오염이 됐을 수 있는 부위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음식은 먹지 않아야 하는데, 체르노빌 사건의 경우는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 중에서 요오드, 세슘 등이 수일 동안 유럽대륙의 농작물과 낙농제품을 오염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식물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잘 씻어내기만 하면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산물 역시 바다에 떨어진 낙진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으나, 세관 검역 때 방사선 피폭 여부도 검사하므로 세관을 통해 정식으로 수입된 것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등에서 돌아온 사람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고 해도 오염된 옷이나 신발 등을 잘 제거하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진단 검사의 방사선 피해는? 보통 가슴 쪽에 방사선 촬영을 하면 피폭량이 0.05밀리시버트(mSv), 위장 방사선 촬영은 0.6밀리시버트 정도이다. 이는 보통 일반인이 1년 동안 자연에서 쬐는 방사선량인 시간당 평균 2.4밀리시버트에 견줘보면 훨씬 낮다. 하지만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으면 한 차례에 6.9밀리시버트 정도된다. 시티의 경우에는 방사선 피폭량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시티를 자주 찍으면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질병의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니라 단순히 질병에 대한 염려로 너무 자주 시티 등을 찍는 일은 삼가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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