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5일 금요일

안먹고 살빼는 청소년 `결핵` 잘 걸려요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에 결핵 환자가 있을 경우 결핵검사를 받아 감염여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교수가 결핵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직장인 김호진 씨(27)는 고등학교 때 결핵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김씨가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어머니마저 결핵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결핵치료 약제에 내성이 생긴 광범위내성 결핵(XDR-TB), 즉 '슈퍼결핵'으로 투병하다 사망했다. 그리고 김씨도 2년 전 결핵에 감염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현재 꾸준히 결핵 약을 복용하고 있는 김씨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병 생활도 두렵지만, 자신의 결핵이 다른 가족들에게 감염될지 몰라 항상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교수는 "가족이나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 활동성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밤에 식은땀이 나고 열이 나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결핵 발병률 OECD 회원국 중 1위

= 잊혀가는 질환쯤으로 생각했던 결핵이 24일 보건복지부가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결핵 감염자는 약 1500만명으로 국내 전염병 중 발병ㆍ사망자가 가장 많다. 결핵 발병 환자는 2000년 이후 해마다 3만5000여 명으로 줄었지만 1965년 전후에는 124만명이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한 질환이었다.

2009년 말 현재 한 해 발생하는 신규 결핵 환자는 3만5845명, 치료 중인 결핵 환자는 7만1226명, 약이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약 3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은 88명, 사망은 5.5명으로 결핵 환자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일본에 비해 4.3배, 미국에 비해 22배나 높다.

결핵은 환자 중 45%가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20~40대로 결핵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 비용이 연간 8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랫동안 고가 약제로 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 성공률이 낮은 난치성 결핵(다제내성 결핵ㆍ슈퍼결핵)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상학 교수는 "슈퍼결핵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절반이 3~7년 이내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며 증상을 모르고 지나쳤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결핵에 감염돼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우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결핵 감염돼도 5~15%에서만 발병

= 결핵은 공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되므로 사실상 100% 예방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사회적으로 결핵 환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핵균 전파는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위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 일어난다.

보통 대화를 나누면서 감염될 수 있으며 환자가 뱉어내는 균 수가 많을수록, 가깝게 접촉할수록, 접촉기간이 길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다. 결핵 환자와 가까운 사람이나 함께 사는 가족을 통해 감염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가족이나 주변에 결핵 환자가 있을 때는 결핵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나 간질환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결핵 환자와 접촉했다고 해서 쉽게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폐결핵은 공기로 전염되므로 음식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고 식기나 수건 등을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타액을 통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키스나 성관계를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게다가 폐결핵은 치료를 시작하고 약 2주 후에는 전염력이 없어지므로 이때부터는 안심해도 된다.

결핵은 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에 따라 감염된 사람 중 5~15%에서 발병하며 신체 모든 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폐결핵으로 나타난다.

◆ 결핵 치료 임의로 중단 땐 내성 생겨

= 결핵 치료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을 의학용어로 다제내성 결핵이라고 한다. 슈퍼결핵은 이보다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내성 결핵을 의미한다.

다제내성 결핵은 기본적인 치료 약인 아이소나이아지드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긴 결핵이다. 슈퍼결핵은 2차 항결핵제 주사제와 퀴놀론계 약제에도 내성이 있는 결핵이다.

슈퍼결핵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환자의 인식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처음 결핵을 치료하는 사람은 결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증상이 호전되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규칙적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결핵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한다. 혹은 결핵 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슈퍼결핵으로 변종된다.

둘째는 슈퍼결핵 환자에게서 직접적으로 감염되는 것이다. 결핵 균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기침을 할 때 호흡기 비말(기침ㆍ재채기를 할 때 튀는 침 같은 물질)을 통해 다른 사람 구강으로 들어가고 호흡기 하부로 내려가 폐로 유입돼 발병하게 된다.

이상학 교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결핵 균은 면역력을 이겨내고 호흡기계, 림프계, 순환계, 소화기계, 골격계, 뇌신경계 등과 같이 피가 흐르는 곳이면 우리 몸 어디든 가서 질환을 유발한다"며 "결핵에 감염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결핵에 걸리지만, 슈퍼결핵 환자에게서 나오는 비말 입자를 흡입하게 되면 곧바로 슈퍼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결핵 진단과 슈퍼결핵 치료방법은

= 결핵은 흉부방사선 촬영과 객담 검사, 약제감수성 검사로 진단한다.

흉부방사선 촬영은 가슴 부위 X선을 촬영해 폐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폐결핵은 폐 속에 육아종 덩어리나 뻥 뚫린 공동이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흉부방사선 촬영에 나타나는 음영 변화를 관찰해 결핵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X선 사진은 현재 폐 상태에 대한 그림자만 보여주기 때문에 사진상에 나타나는 이상 소견이 환자가 과거에 결핵을 앓고 지나간 흔적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상태, 즉 활동성 폐결핵 상태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객담 검사는 가래로 결핵 균을 검사하는 것이다. 결핵이 의심되는 환자 가래를 슬라이드글라스에 얇게 펴서 바른 후 염색을 해 현미경으로 결핵 균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약제감수성 검사는 가래에 포함된 결핵 균을 배양해 여러 종류 결핵 약을 각각 투여해 어떤 종류 약에 대해 감수성이 있는지를 테스트하게 된다. 내시경을 기관지에 삽입해 눈으로 직접 관찰하면서 진단할 수도 있다.

결핵 치료는 발병 부위나 정도에 따라서 치료 기간을 정한다. 감수성이 있는 결핵 균은 1차약 4가지 혹은 3가지를 최소한 6개월 이상 매일 복용하며 치료한다. 다제내성 결핵 균에 의한 결핵을 치료할 때는 치료 기간이 평균 18개월 이상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제는 1차 치료약제를 포함해 5가지 이상 추천되며, 이때 적어도 한 종류는 주사약제가 포함된다. 대부분 약제 투여를 가장 먼저 시행하지만 2차 치료로도 결핵이 치료되지 않으면 폐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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