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0일 수요일

폭우에 무너진 철병거 이스라엘,

폭우에 무너진 철병거 이스라엘,

지형·날씨 이용 최강 가나안軍 격파

2011년 04월 20일(수)

기후와 전쟁 “오! 드보라/그대가 일어서기까지는/이스라엘의 어머니/그대가 일어서기까지는/전쟁이 일어나도/이스라엘 4만 민병대 가운데에/방패 가진 사람 하나도 없었네/창 가진 사람 하나도 없었네/나서서 싸우려고 무기 가진 자/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지.”

기원전 1224년께 이스라엘은 12 부족별로 지방자치제도의 형태를 가지면서 종교적으로만 여호와 신앙으로 뭉친 일종의 느슨한 부족 연합국가의 모습을 갖췄다. 이들이 종교적으로 뭉칠 때는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종교적인 타락과 부족 간에 알력이 있을 때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무력한 이스라엘은 이웃 강국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가나안족의 왕이었던 야빈은 이스라엘의 무력함을 틈타 하솔(현재의 텔 엘 케다(Tell-el-Qedah))에 도읍을 정했다. 하솔은 갈릴리 북쪽 10.6㎞에 위치한 곳으로 서부 아시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대로가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갈릴리의 주요 통상로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술적으로도 이스라엘 민족의 목줄기를 잡아챌 수 있는 지역이었다.

이스라엘, 가나안족 압제에 일전 불사

야빈왕은 철병거로 무장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이스라엘 민족을 압제하기 시작했다. 20년간 야빈왕의 철저한 약탈과 압제에 고난을 당하던 이스라엘 민족은 여선지자 드보라를 사사로 세워 야빈왕과 일전을 벌이게 됐다. 사사란 이스라엘이 통일왕국을 건설하지 못하고 각 지파별로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외적의 침입이나 압제로부터 민족을 구원하는 임무를 맡은 임시 군사지도자라 할 수 있다.


▲ 고대의 철병거.

드보라는 장군인 바락을 소환해 야빈 왕의 군대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바락은 두 지파로부터 1만명의 병력을 규합하고 몇 개 지파의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병력을 모아 보니 변변한 무기는 커녕 군사적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는 오합지졸이었다.

이에 반해 야빈왕의 군대는 철병거로 무장한 백전백승의 군대였다. 철병거는 고대 히타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팔레스타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강력한 병기로 이집트까지 명성이 알려질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나 이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드보라는 여호와께 승리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다볼 산에 전 병력을 집결시켰다. 철저히 지형과 날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드보라는 막강한 적을 격파하기 위해 적보다 먼저 병력을 규합해 다볼산을 선점하고 적을 기다렸다. 상대적인 병력의 열세를 유리한 지형을 선점함으로써 마음의 여유와 충분한 전투준비를 한 것이다. 지형이란 중립이다. 따라서 누가 지형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 병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야빈왕은 이번에야말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노라며 수만명의 병력과 함께 철병거 900승을 장군 시스라에게 맡겨 진군시켰다. 시스라에게 지형은 아무런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는 가나안 원군들을 규합해 기손 강의 므깃도 물가인 다아낙에 진을 쳤다.

이윽고 시스라가 이끄는 가나안의 연합군은 기손강의 므깃도 물가에서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나안의 철병거가 험한 다볼산과 갈릴리숲 지대를 뚫지 못하면서 진격이 정체됐다.

시스라 장군의 공격에도 대응을 하지 않던 드보라는 비가 내리는 날을 택해 전군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이 지역은 폭우가 내리면 평소에는 메말라 있던 강바닥이 광란하는 급류로 바뀌고 그 주위는 흙탕물이 넘쳐 금세 수렁으로 변해 버린다. 기상학적으로 이런 지형을 와디라고 부른다. 이는 아랍어로 ‘하곡(河谷)’이란 뜻이며 사하라·아라비아의 건조 지역에 있는 간헐하천을 말한다. 보통 마른 골짜기를 이뤄 교통로로 이용되나 호우가 내리면 홍수 같은 유수가 생긴다.

백전백승 철병거도 지형·날씨 앞에는 무력

진흙 수렁 속에서 막강한 철병거 900승이 꼼짝달싹 못하게 되자 이스라엘군은 가나안 군대를 맹공격했다.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는 가나안 전차대의 패배를 본 가나안 군사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러나 호우로 물이 불은 기손강으로 인해 퇴로가 막혀 버린 가나안군은 궤멸당하고 만다. 이스라엘군의 대승리였다.


▲ 전쟁에 영향을 줬던 와디 지형.

“별들도 하늘에서 싸우는구나/시시각각 자리를 옮겨 나가듯/하늘의 별들도 시스라에 대항하여/싸움을 벌였다/기손 시내가 흘러 넘쳐/저 무리를 휩쓸었다/기손 시내에 큰물이 나서” -드보라의 노래 중에서 -

손자병법 ‘모공’ 편에 보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다.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하지 않다’는 유명한 어구다. 또 ‘지천지지면 승내가전(知天知地, 勝乃可全)’이라는 말이 나온다. ‘천기와 지리까지 알면 승리는 가히 온전해진다’는 말로써 승리를 확실하고도 완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피지기는 물론이거니와 지천지지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드보라는 바로 ‘지천지지면 승내가전’의 손자병법을 가장 잘 활용해 승리한 위대한 장군이다.



제공: 국방일보 |


글: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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