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4일 월요일

일본 쑥대밭 만든 초거대지진, 이번엔 미국이 불안하다

"샌안드레아스단층에 막대한 응력 축적 조만간 지진 발생한다"
러시아 지구물리학회, 뉴마드리드단층 지목 ‘전지구적 재앙’ 경고

  2011-03-30 11:32:34 [ 이슬 기자 ]





작년 2월 27일 새벽(현지시각) 칠레 서부 연안에 닥친 규모 8.8 지진으로 콘셉시온의 거대 아파트가 부서졌다. (AP=연합뉴스)   
작년 2월 27일 새벽(현지시각) 칠레 서부 연안에 닥친 규모 8.8 지진으로 콘셉시온의 거대 아파트가 부서졌다. (AP=연합뉴스)  
규모 9.0의 초거대지진이 일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전 세계가 지진 공포에 빠진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날선 경고가 빗발치고 있다. 도시 바로 아래에 위치한 악명 높은 산안드레아스 단층과 뉴마드리드 단층 때문인데 이 단층이 깨져 규모 7의 지진만 발생하더라도 상상 이상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 해안은 시한폭탄을 품고 있다
연세대학교 지질학과 홍태경 교수는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1200km 정도 쭉 뻗은 산안드레아스 단층 남쪽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조만간 이곳에서 큰 지진이 날 수 있다는 논문까지 나왔고 실제로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시간에 따른 단층의 변형률을 계산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 막대한 에너지가 쌓이고 있다. 그는 이 지역에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지진이 많이 발생해 규모 7 수준의 지진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지만 지진이 발생한 장소를 확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은 대부분의 환태평양 지진대로 판의 경계에 속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큰 지진이 육지와 거리가 먼 바다에서 발생해 피해가 제한적이었다. 만약 규모 7의 지진이 대도시 바로 밑에서 발생한다면 도시 전체와 나라가 쑥대밭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산안드레아스 단층을 따라 지진이 발생한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지진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지진은 땅 속의 조각난 판이 서로 밀고 밀리면서 쌓인 힘들이 한순간에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이동하는 판에 밀려 찌그러지고 변형된 부분이 원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순식간에 풀리면서 단층이 찢어지고 빗겨나가는 것이다. 이 불가항력이 고스란히 지표면으로 전달되면 땅이 출렁이고 쪼개진다.

같은 맥락에서 산안드레아스 단층은 매일 매일 찌그러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응력이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빠르면 수십 년 내에 활성단층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지진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날이 많아질수록 지진 발생 강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이틀 만인 지난 13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노골적으로 산안드레아스 단층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4년 이전에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최대 90%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안드레아스 단층의 악명은 과거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단층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에서 1857년 1월 규모 8.3의 지진이 발생한 후 1989년 10월 규모 7.1의 강진이 잇달았다. 1906년 5월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한 규모 8.3의 지진은 5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양산했다. 당시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했으며 이재민만 30만 명에 달했다. 1994년 1월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규모 6.7의 지진에서는 57명이 사망하고 약 9천 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지난 2001년 8월 아예 캘리포니아 대지진을 염두에 두고 긴급 상황 대응 훈련까지 벌였다. 게다가 당시 FEMA가 지목했던 재앙 중 두 가지(뉴욕 테러와 뉴올리언스 허리케인)가 현실화되면서 캘리포니아 지진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덮친 규모 9.0의 지진과 초대형 쓰나미. 사진은 10m가 넘는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 (AFP=Yonhap, 지지통신)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덮친 규모 9.0의 지진과 초대형 쓰나미. 사진은 10m가 넘는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 (AFP=Yonhap, 지지통신)  

 

 



강 흐름마저 바꿨던 뉴마드리드 단층, 지진 발생하면 충격적인 재앙
산안드레아스 단층보다 위험한 지진대가 미국 중부부터 동부까지 넓게 걸쳐있는 뉴마드리드 단층이다. 숱한 지질전문가들이 캘리포니아에 집중하고 있지만 뉴마드리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훨씬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자칫 미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다.

뉴마드리드 단층은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 미주리주, 테니시주, 아칸소주, 미시시피주, 켄터키주를 지나가고 있으며 1800년경 세 차례에 걸쳐 규모 7 안팎의 큰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당시 지진은 미시시피 강의 방향을 바꾸고 없던 호수까지 만들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오랫동안 뉴마드리드 단층을 연구한 과학자는 이곳에서 큰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경고는 15년 전부터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테니시주 멤피스대 유진 슈바이그 박사는 “50년 안에 규모 8.3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4%이며,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90%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지진이 뉴욕이나 워싱턴 등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할 경우 캘리포니아 지진보다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코바에 소재한 러시아지구물리학회(Institute of Physics of the Earth)가 뉴마드리드 단층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인터넷매체 ‘리얼 뉴스 리포터’가 지난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구소는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뉴마드리드 단층을 지목하며 ‘재앙급의 큰지진’을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전자기적 신호를 토대로 한 지진 예보 연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미묘한 전자기적 신호를 감지했고 그 가운데 미국 서부해안과 중서부지역에서 강력한 신호를 감지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번 연구에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뉴질랜드 기상학자 켄 링이 참여했다.

특히 보고서는 지난 6개월 동안 알칸소주에서 800여 회의 지진이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뉴마드리드 단층이 지나는 미국 중서부지역의 지진 피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학회는 보고서를 작성한 9일을 기점으로 2주 이내에 미국, 멕시코, 중미, 남미 서부해안이나 아시아와 주변 대륙에서 규모 7.3에 견줄 수 있는 지진을 예측했는데 실제로 이후 11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보고서는 “지진을 예측함에 있어 신뢰도가 아주 높은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하며, “전지구적인 재앙급의 대지진을 초래할 수 있는 이례적인 경고를 무시할 경우 무시한 단 하나의 경고로 인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한국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