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0일 목요일

너도 괴롭냐 나도 괴롭다… 이의 습격에



■ 벅~ 벅~ 사면발니

성접촉·공중업소에서 주로 감염

살충제·휘발유 쓰다간 ‘큰일’


▲ 사례1 - 4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사타구니 음모 부위가 따갑고 가려운 증상이 계속돼 참지 못하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 김씨를 진찰한 의사는 “원인은 사면발니(사면발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됐기 때문인데, 혹시 불결한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느냐”고 은근히 물었다. 이에 김씨는 “얼마 전 사우나에서 외박을 한 것 외에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의사는 “그런 곳에서도 옮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인체기생충인 사면발니는 불결한 성접촉이 대표적인 전염 경로다. 하지만 성접촉을 갖지 않아도 사우나, 찜질방, 휴게텔 업소, 스포츠 마사지, 퇴폐 이발소, 모텔 등에서 잠을 자도 감염될 수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사면발니는 주로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되므로 성매개성 질병으로 분류된다”면서 “요즘은 목욕탕, 찜질방 등의 오염된 의류나 침구, 목욕탕 옷장이나 욕조, 합숙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명동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떳떳하지 못한 잠자리를 한 후에는 사면발니가 파고 들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른 성병과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많으며,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해도 감염을 막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면발니는 사람의 음모나 항문 주변 털에 붙어 기생한다. 또 눈썹이나 겨드랑이 털, 가슴 털 등에서 드물게 발견되기도 한다. 음모가 나기 전의 청소년에서는 감염 사례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300만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사면발니(왼쪽)의 전형적인 모습 | 병원을 찾은 환자의 음모 주위에 사변발니(사면발이)가 여러마리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 제공.

사면발니는 음모 부위의 피부에 달라붙어 하루에 4~5회 흡혈을 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가슴이 넓고 몸 양쪽에 각 3쌍의 다리가 뻗어있다. 성충의 크기는 0.8~1.5㎜ 정도로 매우 작고 투명하여 육안으로 쉽게 발견이 안되지만 혈액을 빨아먹고 난 직후에는 검은 색으로 변하므로 색출이 용이하다. 암컷은 수컷보다 0.2~0.3㎜ 정도 몸집이 크며, 수십개에서 많게는 100여개까지 알을 낳는다. 알은 음모 아랫부위에 붙어 있다 일주일 내외면 부화한다. 사면발니에 감염되면 따갑고 때론 뻐근하며, 얼얼한 통증이나 가려움으로 밤낮없이 괴로움을 당하기 십상이다. 심하게 긁을 경우 피부가 헐거나 2차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성접촉의 상대가 많거나 인체가 불결하거나 냄새가 많이 나는 경우 감염 우려가 높다.

진단은 증상을 보이는 부위에서 충체와 알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 음모, 겨드랑이 털, 눈썹, 속눈썹까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치료는 로션이나 연고 형태의 전문 약제를 바른 후 수시간 후 물로 씻어낸다. 이렇게 7~10일 후 한차례 더 시도하면 보다 완벽한 박멸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분무형 살충제를 뿌리거나, 심지어 휘발유 등을 바르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사면발니가 없어진 후에도 일부에서 가성 통증이나 기어다니는 느낌 등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 긁적긁적 머릿니

안씻는 겨울, 머리긴 여아 더 취약

독성 큰 살충제 충분히 헹궈내야


▲ 사례2 - 초등학교 5학년 여아의 학부모인 주부 이모씨(43)는 며칠 사이 아이가 머리를 자주 긁적이는 것이 수상해 머릿결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갈색을 띤 길쭉한 이 여러 마리가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얀 서캐(알)들도 머리카락에 비듬처럼 붙어 있었다. 방학이라 머리를 제대로 안 감고 친구들과 방에서 뒹군 것이 전파 원인으로 추정된다. 같이 어울린 아이들도 머릿니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TV에 출연한 가수 지율은 “어린 시절 머리가 너무 가려워 피가 날 정도로 긁었는데 엄마가 머리를 감겨주시던 중 이를 발견했다”고 일화를 밝혔다. 지율은 과거사로 얘기했지만 머리에 이가 있는 어린이는 지금도 있다. 2008년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어린이 100명 중 4명꼴로 머릿니에 감염돼 있다는 통계를 내놓은 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겨울방학 중 가정에서 유의해야할 감염 기생충 질환임에 틀림없다. 자칫 방치하면 언제든지 유행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머릿니는 여자 아이에서 감염이 많고, 머리에만 국한해 발생하므로 머리카락 속 외에는 발견되지 않는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 감염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성충은 갈색계통으로 크기가 3~4㎜에 달한다. 머리끼리 서로 닿거나 베개 등 머리와 관련된 용품을 같이 사용하면 쉽게 전염된다. 이가 기어다니거나 흡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려움으로 인해 수면방해, 두피 상처 등이 초래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벌레와 서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경우 심하게 긁어 진물이 나고 염증이 생기면서 딱지가 앉기도 한다”면서 “간혹 머릿니를 빨리 치료하려는 마음에 알코올, 식초 등으로 머리를 감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발진, 감염, 접촉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소아청소년과 윤혜진 과장은 “머릿니 치료약은 아이의 머리에서 머릿니나 서캐가 발견된 경우에만 사용해야지 예방적 차원에서 할 필요는 없다”면서 “가족 중 머릿니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온 가족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로 옮지 않도록 모두 확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머릿니를 없애는 약의 살충성분은 독성이 커서 사용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머리를 감으면서 사용하는 샴푸형은 눈이나 귀, 코, 입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피부에 흘러내린 것까지 세심하게 닦아내야 한다. 샴푸형은 머리를 신속히 감고 충분히 헹궈낸 뒤 완벽히 말리고, 천연 훈증제를 사용한 경우는 선풍기나 자연바람으로 머릿결을 날려주며 죽은 머릿니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이같이 7~8일 후 다시 반복한다. 머릿니와 서캐를 완전히 없애려면 약물 치료 후에도 촘촘한 참빗으로 2~3주간 하루 한 두 차례 머리를 빗어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캐는 성충보다 약제에 버티는 힘이 강해 참빗으로 빗거나 육안으로 살펴 꾸준히 없애주는 것이 최선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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