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7일 월요일

지구촌 기후 ‘이변’이 ‘정상’으로

기상변덕, 10년 전부터 일상화…해마다 심해져
“원인 진단 쉽지 않아…지구온난화 결과로 추정”
무엇이 ‘일상 기후’인지 기준 새로 내놔야 할 판



» 산불 지난 4월26일, 스위스 남서부 피스프의 마을 인근 산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에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이 지역은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피스프/로이터 뉴시스





지구가 이상하다.
폭우와 폭설, 토네이도, 대형 산불, 가뭄, 한파 등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부리면서, 각국의 최고·최저 기온이 밥 먹듯 갈아치워지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날씨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세진다면 더는 ‘기상이변’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의 시작일 뿐이다. 기후 정보 웹사이트인 ‘웨더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지난해 17개국에서 최저 또는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유례없는’ ‘기록적인’ ‘충격적인’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새로운 정상’의 도래를 맞아 새로운 재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의 공습’을 보면, ‘새로운 정상’이라는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웃나라 중국의 남부 지역에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장쑤성·저장성 등 13개 성·시·자치구에서 한 달 가까이 퍼부어대는 비로 곳곳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100년 만에 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인공강우를 뿌리는 홍역을 치른 게 불과 올해 초였던 점을 고려하면, 극과 극을 오가는 셈이다.



» 토네이도 강력한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미주리주 조플린에서 지난 5월25일 주민들이 무너진 집더미 속에서 물건들을 수습하고 있다. 조플린/로이터 뉴시스



올해 2월, 미국 50개주 중 하와이를 제외한 49개주에선 눈이 내렸다. 미 대륙이 이처럼 같은 날 눈으로 뒤덮인 것은 처음이었다. 미주리주에선 지난 4월 한달 동안에만 600여차례의 토네이도가 불어, 조플린시에서만 138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록적인 폭우로 미주리강이 범람하며 최근까지도 물난리가 계속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 한달 전쯤 일어난 대형 산불이 폭염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을 만나 7월 중순께까지도 모두 진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곡창지대인 이스트앵글리아는 최근 가뭄 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3월부터 계속된 건조한 날씨 탓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중부와 남서부 지역도 가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선 300년 만의 추운 겨울에 뒤이어 100년 만의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도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등 서유럽 16개국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리스본대 동 루이스 연구소가 2003년과 지난해 고온현상을 비교한 결과,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동안 유럽의 여름에 ‘초특급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5~10배 더 높아졌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 홍수 중국 동부에 내린 호우로 제방이 범람할 위기에 처하자, 지난 20일 저장성 란시시 누부의 주민들이 가축들을 옮기고 있다. 란시/AP 뉴시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비정상적인 기후가 이미 10년 전부터 일상화된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정부기구(NGO) 옥스팸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지구의 ‘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등은 1980년대 연간 133건에서 최근 한해 350건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일상 기후가 무엇인지 기준을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기후 현상이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과학자들도 똑 부러지는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지구 온난화의 사례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못사는 나라일수록 변덕스러운 기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모임인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최근 “더 이상 이상기후로 볼 게 아니라 새로운 기준을 삼을 수 있는 ‘뉴 노멀’이 필요하다”며 “‘손쓸 수 없는 기상이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후회만 하지 말고 정확한 기상예보 시스템과 재난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4845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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