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7일 금요일

사라져가던 감염병의 부활


깨끗한 환경이 면역력 떨어뜨려


최근 사라졌던 질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사람 간 잦은 접촉과 각종 오염물질 배출이 위생과 보건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지금의 중장년층이라면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됐을 때 친구들과 자신이 산 크리스마스 씰이 더 예쁘다며 자랑을 하던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5년에 100명 중 5명이 폐결핵에 걸려 있을 정도로 개인이 결핵에 걸려 있을 확률(유병률)이 매우 높았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에게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결핵퇴치사업 기금을 마련하려고 매년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국가경제가 발달하고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폐결핵 유병률은 매우 낮아졌다. 특히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1995년에 0.8% 수준으로 줄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갔다.

감염성 질환 사망원인 1위에서 10위 밖으로


다른 감염병도 결핵과 비슷한 양상으로 감소했다. 감염성 질병은 1920년대까지 10대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했다. 1965년까지도 5위 이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1993년에 말라리아가 다시 나타났고, 1998년 이후에는 홍역과 유행성이하선염,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이 집단으로 발병하는 등 감염성 질병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홍역은 민간 차원에서 예방접종사업을 꾸준히 하며, 1985년 국가사업으로 무료접종이 일부 이뤄지면서 1985년 이후로 매년 1000~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 3 2647, 2001 2 3060명으로 대유행을 했다.

 


이들 중에는 농업용 천적과 같이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유용한 외래종들이유행성이하선염은 2001 1668명에서 2009 6399명으로 최근 급격하게 증가했다. 고열과 복통, 혈액이 섞여 있는 심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인 세균성이질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대규모로 발생했으나, 그 이후로는 줄어 매년 100명 미만이 발생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2000 2462명이 발생했다.

결핵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3만 명 이상이 새로운 환자로 신고 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던 감염병들이 다시금 활개를 펴고 있다. 이처럼 다시 유행하는 감염병을 ‘재출현감염병’이라고 부른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를 방문해 ‘전염병 웹통계’를 이용하면 법정전염병의 연도별, 지역별 현황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그림 1. 2000년 집단홍역으로 휴업령을 내린학교의 모습. 홍역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교실의 책걸상 등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기술 발달로 감염 쉬워져

이처럼 최근 사라져가던 감염병이 부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감염병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런 새 감염병을 ‘신종감염병’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항상 낯설고 어색하듯이 신종감염병은 인류에게 큰 공포와 위협으로 다가온다. 병의 원인, 전파 방식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 치료 방법이나 예방법 등 모든 것을 새로 연구하고 밝혀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이다. 그러나 황소개구리처럼 일부는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는 악성의 위해외래종이다. 특히 외래종의 국내 유입은 전 세계의 무역과 교류가 증가하면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위해외래종 외에도 새로운 수많은 외래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재출현감염병, 신종감염병이 유행하는 이유는 인구의 증가와 생활 행태의 변화를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기원 초 3억 명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가 19세기 초까지 10억 명으로 늘었고,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사이에는 10억에서 20억 명으로 2배 늘었다. 20세기에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 미국 인구 통계 조사국에 따르면 2010 1월 세계 인구는 67 9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런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사람 간의 잦은 접촉을 초래하고,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해 필연적으로 위생과 보건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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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는 의료기술 발달이 부른 부작용

 


더구나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빌딩과 아파트 등 좁은 실내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면서 병원체의 생존과 전파가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 교통이 발달하면서 국제 여행과 교역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번해져, 한 지역의 병원체가 쉽게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이, 동남아시아에서 뎅기열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말라리아가 유입되고 있다. 감염병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 여행 도중 감염돼 들어오기도 하고, 외국인이 자국 또는 타국에서 감염돼 우리나라에 들어와 국내에 전파된다.



그림 2. 2009년 신종플루의 대유행으로 항공기 내에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속 검역관들이 승객을 검역하는 모습.교통 발달로 병원체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름도 생소한 바베스열원충증, 내장리슈만편모충증, 주혈흡충증 등의 여러 기생충질환이 이런 경로로 유입된 보고가 있다.
감염병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 여행 도중 감염돼 들어오기도 하고, 외국인이 자국 또는 타국에서 감염돼 우리나라에 들어와 국내에 전파된다. 이름도 생소한 바베스열원충증, 내장리슈만편모충증, 주혈흡충증 등의 여러 기생충질환이 이런 경로로 유입된 보고가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은 좋은 치료제의 개발로 이어져, 감염병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혈액제재와 장기 이식 등을 통한 질병의 국제적 전파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병원체를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더 강력한 병원체를 탄생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낳았다. 항생제 내성이란 병원체가 스스로 항생제에 대항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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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세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penicillin)에 내성률 50%의 병원체가 있다면, 이는 100마리의 병원체에 페니실린을 투여할 경우 50마리의 병원체는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페니실린에 내성이 생긴 병원체를 죽이기 위해 의학자들은 메티실린(methicillin)이라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지만 병원체는 또다시 진화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ce Staphylococcus aureus, MRSA)을 탄생시켰다. 병원체와 의학자들 간의 경쟁은 계속돼 의학자들은 MRSA에 대항하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이라는 항생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1996년 병원체들은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vancomycin-resistance Staphylococcus aureus, VRSA)를 탄생시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는 병원체와 그 병원체를 잡으려는 의학자들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빙하에 숨겨진 미생물이 새 감염병을 일으킬 수도

한편 재출현과 신종감염병이 유행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파괴다. 각 나라는 토지 이용과 원자재 확보 등을 이유로 처녀지를 벌목하고 갯벌을 메우는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인공화 시켰다. 이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동식물이 등장했고,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하기 쉬어졌다.
또 각종 온실가스의 배출로 초래된 지구온난화는 감염병을 옮기는 모기와 파리, 벼룩, 진드기 등의 매개 곤충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활동 기간을 연장하게 했다. 사람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매개체와 접촉이 더 쉬워졌다. 따라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황열, 뎅기열 등과 파리에 의해 전파되는 각종 소화기계 감염병과 체체파리를 매개로 발생하는 수면병, 벼룩이 옮기는 페스트, 발진열, 그리고 진드기가 매개하는 쯔쯔가무시병 등의 감염병이 이전보다 유행하기가 쉬워졌다.



그림 3.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녹농균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게다가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 안에 감춰져 있던 미생물이 다시 활성화 돼 새로운 감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사회와 경제의 발전과 이에 따른 보건위생 수준의 개선이 과거 감염병이 만연하던 시기를 마감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듯이 보건위생 수준의 개선은 병원체에 대한 인간의 면역력 저하를 초래했다.

깨끗한 환경이 면역력 떨어뜨려 감염 초래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는 A형간염이다. A형간염은 대변-구강 경로를 통한 사람 간 접촉과 분변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먹음으로써 전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표본감시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전염병 발생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보고하는 표본감시체계를 통해 2001 105명의 환자가 보고되다가 2008 7,895명으로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런데 특이할만한 점은 2008년 확인 결과 20~39세 연령층이 환자의 82%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A형간염은 주로 어린아이일 때 감염돼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을 겪으며 자연항체를 획득한다. 따라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어렸을 때 이미 약하게 A형간염을 앓고 지나가 항체를 획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의 20~30대는 개선된 위생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A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A virus)와 접촉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다보니 항체도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 4. 너무 깨끗한 환경은 약한 병원체와의 접촉마저 차단해 오히려 항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기도 한다.


약한 병원체와의 접촉마저 차단하는 너무 깨끗한 환경이 오히려 인간 스스로 충분히 이겨내 항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새로운 병원체와 마주했을 때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도 떨어졌다. 온실 속에서만 키우던 화초를 밖에 내어두면 금방 시들어 버리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인간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인체감염증, 신종인플루엔자 등 신종감염병은 대부분 동물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이처럼 척추동물과 인간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질병 또는 감염을 인수공통감염증(zoonosis)이라고 한다. 오지 개발로 새로운 동물과의 접촉,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줘 사육하는 것,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 확대, 대규모 축산산업의 발달로 밀집된 사육 증가 등이 인수공통감염증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가축의 집단 사육은 병원체의 변이 가능성을 더욱 높여서 신종감염병의 폭발적인 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적인 감시체계의 가동과 의료 진단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던 감염병까지 알 수 있게 됐다.

감염병으로 의심되면 보건소에 신고해야

 


과학기술의 발전과 환경 개선으로 감염병은 더 이상 인류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말라리아, 결핵, A형간염 등의 재출현감염병이 증가하고,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인간광우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은 신종감염병이 출현하면서 전 세계는 두려움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

감염병을 더 이상 과거의 질병으로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감염병으로 의심될 때 지체 없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최근 유행하는 감염병의 특이증상과 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림 5. 보건소에서 어린이들이 예방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수성구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의 ‘질병정보’를 방문하면 각 감염병의 원인과 증상, 진단, 치료, 예방까지 아주 상세히 알 수 있다.또한 새로운 치료제와 예방백신의 개발을 포함해 예방접종의 효과, 효율 분석을 위해서 계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손 씻기, 물 끓여 먹기와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로 각자의 균에 대한 저항력을 강하게 하고 적절한 지침에 따라 예방접종을 실시해 면역력을 얻어야 한다. 크게 볼 때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 환경을 보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하는 길이다.

 


[교육팁]
팀원들이 환자와 의료진 역할을 하며 상황극을 꾸며 쉽고 재미있게 감염병 또는 전염병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각 조별로 하나씩 감염병을 담당하고, 질병의 증세와 감염경로 등을 조사한다. 각 조가 조사한 자료를 다른 조들에게 배포해 자료를 공유한다. 조별로 조사한 질병들 중 한 가지 질병을 선택하고, 각 조에서 환자가 될 사람을 한 사람씩 정한다. 조원들은 선택한 질병을 참고해 환자가 어쩌다가 질병에 걸리게 됐는지, 증세가 어떤지를 설정한다. 환자가 될 사람은 이를 익힌다. 다른 조원들은 2~3일 동안 조별로 조사한 내용을 숙지한다. 기한이 지난 후, 조별로 환자 역할을 맡은 친구가 앞에 나와 앉는다. 돌아가면서 조원에서 환자들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한 환자를 지목해도 된다. 환자들은 질문에 대답을 한다. 조별로 질문을 2~3개씩 한 뒤 자리에 앉아있는 조원들은 앞에 나와 있는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를 상의한 후 결정한다. 어떤 조가 환자의 질병을 얼마나 맞췄는지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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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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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과학, 3단원 우리 몸의 생김새

/ 임현술 동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wisewine@dongguk.ac.kr
교육팁 / 임현술
이미지 / 자연환경연구소,동아사이언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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