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0일 월요일

'보헤미안 클럽'서 美 인맥·정책 결정된다

매년 7월, 美 최상위 엘리트 남성들만 모이는 130년 '비밀 모임'…
캘리포니아 몬테리오 숲서 2주간 폐쇄적 '비밀회의'
회원엔 역대 대통령들 즐비 지금 신청서땐 20년후 회원


 


고급 승용차들의 엔진 소리가 조용한 숲의 적막을 깼다. 금녀(禁女)의 사교 모임 '보헤미안 클럽'은 올 7월에도 캘리포니아 몬테리오의 한 숲에서 2주간의 캠프를 열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28일 "미국 엘리트 인맥의 산실이자 극도로 폐쇄적인 남성 전용 모임인 보헤미안 클럽이 130년 넘은 지금까지 여전히 건재해 있다"고 보도했다.

1879년부터 매년 7월 거행되고 있는 이 사교 캠프에는 클럽 회원만 입장할 수 있다. 가족들도 참석은 할 수 있지만, 여성이라면 해가 진 후 캠프를 떠나야 한다. 약 2300명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은 대부분 미국 정·재계 유력인사들이다.


1967년 열린 보헤미안 캠프의 한 장면. 로널드 레이건(왼쪽서 두 번째)과 리처드 닉슨(맨 오른쪽)은 이 캠프에서 만나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명단'은 쟁쟁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방장관, 딕 체니 전 미 부통령 등이 이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923년 이후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회원이었다. 재계에서는 제럴드 포드나 맬컴 포브스와 같은 실력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참가자들은 몬테리오 숲에서 술과 음식을 곁들이며 현안에 대해 토론하거나 예술품에 대해 평가하는 이른바 '호숫가의 대화(lakeside talk)'를 갖는다"고 전했다. 실력자들과 인맥을 형성하고자 보헤미안 클럽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지금 신청서를 내고 줄을 서면 20년 후에야 회원이 될 수 있다.


이 캠프는 국가 최고 엘리트들의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비밀회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이 캠프에서 1942년 미국 원자폭탄 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1967년에는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 중 누가 차기 대통령 후보에 출마할 것인지가 결정됐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 캐스퍼 와인버거는 1980년대 미국의 대규모 군비 증강 전략에 대한 내용을 이곳에서 흘리기도 했다.

이 클럽의 시초는 연극인 헨리 에드워드가 캘리포니아를 떠나 뉴욕으로 가게 되면서 예술인들이 가진 환송회였다. 이 자리에 정·재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하면서 '실력자 모임'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주축 세력이 예술가들이었고, 이들이 모처럼 언론의 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즐겼기 때문에 '보헤미안'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거미줄을 치려거든 이곳에 오지 마라.' 보헤미안 클럽의 모토인 이 말은 캠프가 인맥을 형성하기 위한 자리가 아님을 시사한다. 저의를 갖고 이 캠프에 참석하려는 심사라면 애초부터 가입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실상 정계와 재계는 물론 관가의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 공공연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가 됐다고 NYT는 전했다.

매년 캠프 시기에 맞춰 열리는, "폐쇄적인 남성 모임을 중단하라"는 반대 시위도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NYT는 "최근 보헤미안 클럽 반대 시위는 급격히 줄었다"며 "반대자들은 이 모임 자체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시위에 참가했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보헤미안 클럽의 정체가 많이 드러나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201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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