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대형마트 행사가의 ‘불편한 진실’


대형마트 행사가의 ‘불편한 진실’

행사특가, 정상가격과 동일해 소비자 기만
이마트·홈플러스가 대표적, 롯데마트는 무관
소비자들은 ‘행사상품’을, 일정한 기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형마트들은 이 상품들을 ‘행사(行詐:거짓을 행함)상품’으로 둔갑해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본지 취재 결과 그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질 좋고 저렴한’ 상품들이 많기 때문.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그동안 대형마트는 다양한 ‘행사(行詐)’들로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 대형마트의 행사상품 뒤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원플러스원, 행사상품, 덤 등은 고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 더 눈이 가고 혹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문구들이다.

알뜰한 쇼핑을 하고 싶은 주부들, 또 빠른 시간에 큰 고민 없이 저렴한 쇼핑을 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이런 상품들에 손이 가기 마련. 대형마트들은 매주 다양한 상품들을 돌아가며 행사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들을 놓치지 않고 구매하면 치솟는 물가에도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대형마트 원플러스원 상품들의 경우, 원 상품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실 가격을 일일이 다 계산해보며 구입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소비자는 거의 없다. 소비자들을 대신해 대형마트 3社에서 판매상품에 제시한 가격표가 믿을 만 한 것인지 조사했다.

거짓 행사 넘쳐나는 대형마트 상술
취재 결과 홈플러스에서는 ‘행사상품’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같은 가격에 팔고 있던 상품을 ‘행사상품’이라는 미명 하에 “홈플러스가 생활비를 아껴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켰다.

바로 빠다코코낫, 에이스, 딸기산도 그리고 크라운 초코하임(화이트하임)이 대표적이다. 문제의 제품들은 정상가와 행사가가 동일했다(빠다코코낫·에이스·딸기산도 중량:100g 판매가격:960원, 크라운 초코하임 중량:284g 판매가격:4400원). 평소 홈플러스를 자주 방문하던 고객이라도,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같은 가격의 상품이 ‘행사상품’으로 둔갑한 사실을 알 수 없다.

▲정상가격표                                ▲행사가격표

이런 의혹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으나, 증거사진과 함께 재차 사실을 확인하자 “해당 점포의 실수로 보인다”며 “본사 규정상 정상가는 하얀 바탕에 파란색 테두리의 가격표를 사용하고, 행사가는 노란 바탕에 빨간 테두리의 가격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제시한 증거사진의 POP는 홈플러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규격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점포에는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며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마트 역시 행사상품이 넘쳐났다. ‘금주행사상품’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과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크라운 초코하임의 경우에는 행사상품(중량:47g, 단위가격:238원/10g)보다 평상시 판매되고 있는 상품(중량:142g, 단위가격:186원/10g)의 단위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했다.

행사상품과 정상상품의 단위가격이 똑같은 제품도 있었다. 마가렛트의 경우 중량이 342g인 행사상품의 단위가격과 정상가로 판매되는 중량 228g의 제품의 단위가격이 10g 당 122원으로 동일했다. 몽쉘카카오도 10g 당 단위가격이 100원으로 행사상품과 일반제품의 단위가격이 같았다.

이러한 경우 더 큰 중량의 상품을 행사상품이라고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행사상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구입할 시, 계획에 없던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11월 30일부터 진행된 행사는 없다”며 “해당 지점에도 확인해 봤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12월 1일부터 시작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하루 빠른 11월 30일에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표에는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라는 행가 기간이 명확히 표시돼있다. 이렇듯 이마트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뻔한 거짓말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마트 의문의 행사기간

다른 두 대형마트와 비교해 롯데마트는 가격표시가 잘 돼 있는 편이었다. ‘행사’, ‘특가’도 남발하지 않았다. 판매상품의 가격표에는 정상가와 세일가가 함께 표기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할인율도 표기돼 있어 같은 제품을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들과 달리 샴푸 기획 세트 상품에도 단위당 가격이 표기돼 있었다. 롯데마트에서는 행사상품이 눈에 띄기보다 자체브랜드인 ‘통큰’ 상품들이 더 많았다.
롯데마트는 본사에서 전국 93개 매장에 일괄적으로 가격표시에 대한 지시를 내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행사가 있을 경우 정상판매가와 행사가를 함께 표기해 고객들이 어느 정도 저렴하게 구입하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지침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구입 전 가격 꼼꼼히 비교해야
대형마트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컸다. 즉 일선 점포의 잘못이지 본사의 방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 발뺌하는 행태로 봐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설령 일선 점포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본사는 철저한 매장 감독을 통해 마트를 찾은 고객들에게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식경제부에서 2011년 7월 22일 홈페이지에 고시한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보면, 제1장 총칙에서부터 제6장 벌칙까지 가격표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나와 있다.
판매업체가 고시된 내용을 지키고 있지 않은 상황이 소비자의 신고나 지자체의 점검을 통해 적발될 경우, 해당업체에 1차적으로 가격실시요령 안내문을 전달한다. 그래도 시정이 안됐을 경우 대형마트는 시정 명령을 받게 된다. 2차 조치를 받은 후에도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100% 지키는 판매업체는 드물다. 소비자 보호 및 공정한 거래를 도모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에서 고시한 만큼, 대상 업체들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준수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이런 눈속임 상술이 시정될지 의문이다. 따라서 소비자 스스로 가격을 잘 따져 지갑을 털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김지연 기자 kimjiyeon@e-segye.com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1&cid=302843&iid=402977&oid=022&aid=0002342636&ptype=01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