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9일 금요일
미 국가부도 위기? 지금부터가 시작
오바마 행정부는 4월8일 야당인 공화당과 385억 달러를 삭감하는 선에서 2011 회계연도 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연방정부의 폐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러나 재정 적자 감축안을 둘러싼 진짜 격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12년 안에 재정 적자를 4조 달러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연방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를 두고 벌써부터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공화당이 한도액 인상안을 거부할 경우 국가 부도 위기는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에 따른 국가 부도 위기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공화당·민주당의 양당 인사는 물론 경제인 등으로 구성된 18인 부채감축위원회를 발족시켰을까. 올해 초 백악관 직속 경제자문위원회의 오스탄 굴스비 위원장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재정 적자 한도액을 인상하지 않으면 행정부가 국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 경우 경제에도 재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AP Phot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월13일 민주당·공화당의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예산안과 관련된 초당파 회의를 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4조 달러를 넘어선 재정 적자가 오는 5월16일이면 법정 한도액인 14조300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한도액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의회에 경고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나아가 의회가 그때까지 한도액 인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7월8일까지는 그럭저럭 재정을 꾸려갈 수 있겠지만, 더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다시 말해 7월8일까지 의회가 법정 상한선인 14조3000억 달러 이상으로 한도액을 올리는 데 합의하지 않으면 국가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인 1인당 약 5000만원 빚져
역대 미국 정부가 부도 위기를 피하기 위해 재정 적자 한도액을 올린 선례는 1962년 이후 72차례나 된다. 그 가운데 10번은 지난 10년 동안에 발생했다. 지금까지 행정부가 한도액 인상을 요청하면 의회는 별다른 말 없이 인상에 동의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현재 누적 연방 재정 적자는 14조29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상 상황’이라는 데 공화·민주 양당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의회 조사국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4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7380억 달러를 더 빌려야 하는데, 그 순간 법정 적자 한도액을 초과한다. 14조 달러는 미국인 한 사람당 약 4만7000달러(약 5000만원)씩 부채를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심 끝에 밝힌 재정 적자 감축안의 핵심은 국방비를 포함한 국내 지출을 대폭 줄이고, 대신 세금 인상을 통해 부족분을 보충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12년에 걸쳐 부채를 4조 달러 줄이되, 그 가운데 3조 달러는 10년 내에 감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국내총생산의 9%에 해당하는 재정 적자를 2015년까지 2.5%로 줄일 것도 제안한다. 이 같은 감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지출과 국방비를 줄이고, 조세 수입원을 늘리겠다면서, 특히 조세 수입원의 한 방안으로 최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감세 혜택을 폐지하고, 허점이 많은 조세 체제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정 요건을 갖춘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되, 향후 10년에 걸쳐 2900억 달러를 절약할 것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16인 초당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이 나오자마자 공화당은 예상했던 대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선 ‘12년 내 4조 달러 감축안’과 관련해 공화당은 지난주 자체적으로 제시한 향후 10년 내 4조4000억 달러 감축안에 못 미친다며 불만이다. 또한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메디케어를 대폭 수술하거나, 오는 2022년 민간 시장에 이양하자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특히 부유층 감세 혜택 폐지와, 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오바마의 구상에 극력 반대한다. 증세에 동의할 경우 공화당은 보수 유권자들의 거센 저항은 물론 대거 이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예산 감축 투쟁의 선봉장인 폴 리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재정 적자는 국내 지출 감축과 연방정부의 미래 지출 동결, 나아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대수술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화당·민주당 양당이 핵심 사항에 관해 너무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대타협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강력히 경고한 상태다.
현재 재정 적자 감축안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이다. 먼저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의회 예산국(CBO) 추정에 따르면, 적자 폭이 앞으로 10년간 600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5400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올해도 4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고, 오는 2037년에는 자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공화당 ‘중산층 의료보험 혜택 줄여라’ 요구
민주당은 연방정부 지출액 가운데 최대인 23%(약 7900억 달러)를 차지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비용 절감을 위해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요구하는 식으로 이를 대폭 삭감할 경우 중산층은 물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저소득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절대 반대다. 실제로 진보 진영은 실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단적인 예로 회원 약 500만명을 거느린 최대의 친민주당 풀뿌리 조직으로 지난 대선 때 오바마의 당선에 결정적 구실을 한 ‘무브온’은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혜택 등을 줄이면 2012년 대선 때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 대학 교수는 “지금처럼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온건파 의원이 설 자리가 없이 양극화한 상황에서는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절박한 위기가 찾아오거나, 공화·민주 어느 한 당이 차기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기 전에는 문제 해결이 힘들어 보인다”라고 <뉴욕 타임스>에 밝혔다. 내년 11월 대선과 의회 중간선거를 앞에 놓고 오바마의 민주당 진영이나 정권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경우, 7월 초 마지막 시한으로 돼 있는 재정 적자 한도액 인상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주도한 의회가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 미국이 국가 부도로 내몰리면, 이제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공화당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따라서 공화당도 어떤 식으로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파국만은 면하기 위한 타협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사인
2011년 4월 27일 수요일
'아토믹 솔저'와 헐리우드 스타들
미국이 세계 유일의 핵보유국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것은 1945년부터 약 4년간이었죠. 하지만 미국의 원자폭탄 독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소련은 미국의 원폭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를 포섭해 핵심기술을 빼냈고, 1949년 8월 29일 카자흐스탄의 사막지대에서 마침내 원폭실험에 성공합니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독점이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핵개발로 대표되는 냉전시대 군비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죠. 핵무기는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됩니다. 영국과 프랑스, 중국이 잇달아 핵실험에 성공하고 원자폭탄을 보유하게 됩니다. 동서 양 진영의 경쟁적 핵개발로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키든 결국은 공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냉전시대 내내 위태롭게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핵무기 개발에는 필연적으로 핵실험이 뒤따랐는데요, 그 실험장이 된 곳이 바로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과 미국 서부의 사막지대, 소련의 중앙아시아와 북극해 지역,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 등 이었습니다. 이 무렵 핵실험 장면을 찍은 미국과 소련 사진이나 기록필름에는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을 향해 걸어가거나,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핵실험을 관측하는 군인이나 기술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1975년, 네바다 핵실험에 참가했던 미 육군 출신 ‘폴 쿠퍼’는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죠. 그는 자신이 걸린 병의 원인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되는데요, 바로 50~60년대 핵실험에 참가한 퇴역 군인들이 유독 백혈병이나 암에 많이 걸렸음을 알게 된 것이죠. 미국은 1946년부터 63년까지 대기권 핵실험을 포함한 235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방사선에 노출된 군인과 민간인이 25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폴 쿠퍼의 폭로를 계기로 미국 언론들은 이들 피해자들을 ‘아토믹솔저’ (Atomic Soldier)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토믹 솔저들에 대한 기록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데요, 연방 해체이후 구 소련의 사례들은 꽤 알려지고 있는 편입니다.
냉전시기 구 소련은 모두 715회의 핵실험을 하였는데, 쿠바 위기가 발생했던 1962년과 그 이전해인 1961년 2년 동안에는 무려 138회의 핵실험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 핵실험이 실시되던 무렵만 하더라도, 소련 당국은 핵실험으로 인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1954년 9월 14일에 실시된 오렌부르그 주의 토츠크시 지역에서는 핵무기를 공중에서 폭발시키면서 같은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까지 했는데요, 핵실험에 관여한 군인들에게는 방사능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군인으로 핵실험에 동원되었던 ‘미하일 로키츠키’의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그가 속한 대대는 1956년 여름에 북극해 노바야젬랴의 초르나야 섬에 주둔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 섬에 소나 양, 닭 등 가축들이 운반되어 오더니, 해안에는 퇴역한 낡은 군함들이 정박했다고 하죠. 그리고 그를 포함한 군인들에게 군함에 타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일주일 동안 바다위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주둔지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고 합니다. 건물들은 모두 파괴되어 있었고, 새까맣게 탄 짐승의 사체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던 것이죠. 해안에 정박해 있던 낡은 군함들도 다 타서 철골구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키츠키가 속한 대대원들에게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잔해를 치우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부대원들이 하루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불태웠고, 다음 날에는 다시 새 군복이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군인들의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지는가하면, 로키츠키 자신도 왠지 온 몸에 힘이 없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제대하면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서약을 했던 로키츠키는 그 후 여러 가지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당하는 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가를 안 것은 구 소련이 해체되고도 한참 뒤인 1996년 이었습니다. 소련 군부가 노바야젬랴의 핵실험에서 핵폭발이 인체와 동물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했다는 것이 공개된 다음이었죠. 아울러 500여명에 이르던 자신의 대대원들 중에서 그때까지 생존해 있던 사람은 그를 포함하여 12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카자흐스탄 사막의 ‘세미팔라틴스크’ 지역은 1949년부터 40년 동안무려 467회의 핵실험이 실시된 곳으로 이곳의 사례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당시 이 핵 실험장 주변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마치 불꽃놀이를 보듯 핵실험을 구경했다고 합니다. 소련 당국은 주민들에게 절대 위험한 것이 아니니 겁내지 말라고 했고, 이 말을 믿은 주민들은 핵폭발 실험이 있을 때마다 구경을 나갔다고 하는군요. 정확한 통계를 낸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 기간 동안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은 2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곳에 사는 여성 세 명당 한 명꼴로 염색체 이상이 나타나고 있고,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의 숫자가 10만 명 당 1천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상보다 수십 배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주민들이 각종 암과 백혈병 등으로 죽어갔고, 선천성 정신질환자들과 기형아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죠. 핵실험이 중단된 지금도 이곳의 땅과 지하수, 공기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고, 방사능 수치는 정상보다 수십 배나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구소련을 계승한 러시아 연방의 푸틴 대통령은 2002년 1월, 이 지역에서 있었던 핵실험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보장 조치를 규정한 법을 공포했는데요, 억울하게 죽었거나 기형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이 안 되겠지요.
가장 미국적인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던 '존 웨인' (1907~1979)
그런데 이런 고통은 소련 사람들만 겪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서두에 말씀드린 미국의 경우는 좀 더 극적으로 나타났지요. 바로 ‘존 웨인’과 ‘수잔 헤이워드’, ‘페드로 알멘다리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입니다. 1954년 미국 유타주의 사막 ‘스노우 케니언’ 에서는 징기즈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정복자’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딕 파우엘’이 맡고 있었고, 징기즈칸 역에는 존 웨인이, 여주인공 역은 수잔 에이워드가 열연하고 있었죠. 또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한 스태프 220여명과 몽고족으로 출연했던 아메리카 원주민 300여 명이 동원되었죠.
영화는 석 달 동안 이곳 사막에서 촬영되었고, 1956년 2월 개봉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가장 먼저 불행을 맞은 것은 감독 ‘딕 파우엘’이었습니다. 그는 1963년 임파선과 폐에 생긴 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직후에는 이 영화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던 ‘페드로 알멘다리스’가 임파선 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권총으로 자살하죠. 같은 시기 존 웨인도 폐암으로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두 차례 받습니다. 존 웨인은 이 후에도 위와 담낭, 장에 생긴 종양 때문에 고생하다가 결국 1979년 6월 장암으로 사망합니다.
영화 정복자의 포스터.
극중에서 존 웨인을 사랑하는 타타르족 공주로 출연했던 ‘수잔 헤이워드’ 역시 피부암, 유방암, 자궁암이 발생한데 이어 1975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죠. 그런데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한 부위에서 암을 깨끗이 제거해도 다시 재발한다는 점이었는데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당시 영화 ‘정복자’ 촬영에 관계했던 배우와 스태프 22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암이나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이죠. 또 영화 촬영 기간에만 이곳에 머물렀던 스태프들과는 달리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시브위트’족 원주민들은 이곳 주변에서 대대로 삶을 이어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300여명의 원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각종 암에 걸려 고통을 받다가 죽어갔는데, 이들 부족이 거의 전멸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이 영화가 촬영된 유타주 ‘스노우 캐니언’은 그때까지 한 번도 카메라가 들어간 적이 없는 불모지였다고 합니다. 영화 스타와 스태프들에게 생긴 암의 비밀은 버로 이곳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이곳은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의 핵실험이 실시되었던 네바다 실험장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네바다 핵실험장은 인구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주와 라스베가스와 남서쪽으로 인접해 있었는데요, 그때문에 이 곳에서의 핵실험은 바람이 이들 도시의 반대편으로 불어 올 때만 행해졌습니다. 즉 풍향이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타주 사막 쪽으로 불 때에 핵실험이 실시되었던 것이죠.
정복자가 촬영된 유타주 '스노우 캐니언'.
1951년부터 58년까지 네바다에서는 모두 97회의 대기 중 핵실험이 실시되었는데, 이때 발생했던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낙진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로키 산맥에 가로막혀 유타주의 사막 지대에 내려앉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복자’를 찍었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몽골의 초원지대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것이죠. 주목할 만 한 점은 영화가 촬영된 1954년은 네바다에서 단 한차례의 핵실험도 없었던 해인데요, 이 점을 보더라도 핵의 공포가 얼마나 끔찍스러운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복자’ 말고도 당시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던 많은 서부극들의 로케이션 장소가 바로 유타주 사막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영화에 출연했던 ‘게리 쿠퍼’나 ‘마이클 커티스’, ‘헨리 폰다’, ‘존 크로포드’ 등 암으로 생을 마감했던 많은 스타들의 죽음이 핵실험과 직접 관련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냉전시기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무서운 핵무기의 공포가 할리우드 스타들의 죽음을 통해 인류에게 전해지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2011년 4월 26일 화요일
미국 부채위기 & 세계 식량대란 - 암울한 지구촌 경제
“부채 한도를 두고 장난하지 말라”
미국 국가 부채 상한선에 도달하는 시점을 20여일 앞두고 점점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미국 의회에 던지는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의 엄중한 경고입니다.
지난 일요일 방송 대담에 나와서 가이트너 장관은 의회에서 부채 한도를 인상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있게 될 한도 인상의 실패에 대하여 재차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위험이 재앙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벼랑으로 너무 가까이 몰고 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닌 것이다.”라고 가이트너는 말하며 부채 한도를 가지고 정치적 놀이를 하는 의원들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한편 Jim DeMint 상원의원과 같은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가 균형 잡힌 예산을 통과할 때까지 14조 달러 부채 한도를 올리는 어떤 시도도 나는 반대할 것이다.”라며 부채 한도를 호락호락 인상해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양당이 주장하는 적자 폭이 어느 정도이든 미국 예산 적자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부채 한도는 지난 1996-2001년 5.95조 달러부터 2010년 2월 현재의 14.3조 달러까지 10년간 10차례 인상되어 왔듯, 앞으로도 미국 부채 한도 인상이 더 이상 지구촌 뉴스거리가 되지 않게 될 때까지 인상될 것입니다.
(2021년까지 미국 연방 부채 계획)
2년 내에 미국의 국채 신용 등급에 대한 전망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무디스가 발표를 한 때가 올해 1월 초였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4월 18일에 S&P는 무디스보다 조금 앞서는 조치인 미국의 부채 신용 등급을 기존의 안정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였습니다.
그런데 S&P도 미국의 AAA등급은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S&P의 미국 부채의 AAA등급 유지에 대한 성명은 이렇습니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등급은 신중하고 신뢰할만한 통화정책의 튼튼한 과거 기록에 뒷받침 된, 높은 소득, 다양하고 유연한 경제에 기초하고 있다. 등급은 또한 세계 통화들 중 달러의 뛰어난 위치에서 오는 유일한 이점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반영한다.”
데일리 레커닝의 Joel Bowman이 “신중하고 신뢰할만한 통화정책”이라는 부분에서 배꼽이 빠질 정도로 너무 웃어버려서 옆구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S&P가 제대로 웃겨준 것입니다.
적자 축소 계획이라는 사탕발림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채는 해마다 늘어갑니다. 2004년 7조 달러였던 부채가 이제 7년 만에 2배인 14.3조 달러에 이를 만큼 속도가 빠르며 규모도 엄청납니다. 작년 부채 이자만 세수 2조 4천 억 달러의 17%인 4천 1백억 달러가 지출되었으며 10년 뒤인 2021년에 이자 비용은 지금 일년 세수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1조 달러가 됩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말하는 적자 축소는 계획된 적자에서 그 규모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이지 적자 자체를 줄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묘한 언어의 유희가 기사들 제목을 장식하며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예산 계획에 따르면 5년 뒤인 2016년까지 부채한도는 20.8조 달러입니다. 이 정도 부채를 늘리게 되면 달러 윤전기 가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입니다.
이런 미국 정부의 통화정책을 “신중하고 신뢰할만하다”고 하는 S&P는 버냉키 연준 의장과 쌍벽을 이루는 사오정들입니다. 그래도 S&P는 만일에 대비한 보험용으로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그 이유는 이렇게 가져다 붙입니다.
“비록 우리는 이들 장점들이 우리가 미국의 의미있는 경제적 재정적 위험과 커다란 외부 채무자 위치라고 간주하는 것을 능가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향후 2년에 걸쳐 AAA수준에 대한 신용 위험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디스에 이어 S&P도 넉넉잡아서 2년 이내에 미국 부채에 돌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할 수 있는 근거는 남긴 셈입니다.
이미 쓰레기 등급인 미국의 신용을 여전히 최고 등급에 두고서 미봉책으로 호도하며 나중에 닥칠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미국의 신용 평가회사들이야말로 가이트너 장관의 표현처럼 신용 등급을 두고서 “위험한 장난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무책임하고 사후약방문 격인 사태 후 등급 하향은 그간 여러 번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자산들을 몽땅 증발시킬 대재난을 키우는 것입니다.
한편 이런 미온적인 S&P의 미국에 대한 국채 부정적 전망에 일부 미디어들은 새삼스럽게 큰 일이나 생긴 듯 분석 기사와 전망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금융 시장은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바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가식, 호도와 무지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세계 은행은 기본식품 비용이 연간 36% 상승했다고 말했으며 지난 6월 이후 높아진 식품 가격으로 4천 4백만 명이 세계 곳곳에서 빈곤선 아래로 내려갔다고 했습니다. 거기다가 식품 가격이 더 오르게 되면 수천만 명이 추가로 빈곤선 아래로 내려간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세계 은행 졸릭 총재는 말하기를 급등하는 식량가격은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오늘날 한 세대를 잃을 위험을 가진 가장 큰 위협이다.”라고 말합니다.
세계에서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30억 명이라고 합니다.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선 석유가격은 좀처럼 하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농작물의 경작부터 최종 운송까지 석유에 의존하여야 하는 세계 식량가격들은 세계 곳곳의 경작지 지연재난들까지 겹치면서 점점 상승 속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는 머지 않아 선진 경제권의 중산층까지 고통을 줄 것입니다.
출처 : Daum 아고라 / 홍두깨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지구적 식량위기 시작됐다
우리나라 제당업계의 선두주자는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11일 특이한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설탕 가격을 9.8%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업계에서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서 야단스럽게 보도자료까지 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가격 인상이 굳이 나서서 홍보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들은 제품 포장을 스리슬쩍 바꾸거나 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가격을 올린다. CJ의 보도자료는 그래서 튀었다. 보도자료를 보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3쪽 가득 적었다. 그림과 표도 정성스럽게 실렸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났다. 그런데 업계의 관례를 생각하면 그 누군가가 소비자일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그 ‘누구’가 누구였을까. 전후 맥락을 보면, CJ의 시선이 향한 곳은 청와대나 지식경제부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그플레이션’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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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CJ제일제당은 왜 ‘겁도 없이’ 가격을 올렸을까. 더구나 CJ는 지난해 11월에도 설탕 가격을 9.7% 올렸다. 불과 4개월 만에 가격을 두 차례나 올린 셈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역대 최고 수준까지 뛰어오른 국제 원당 가격이 있었다. 설탕 재료인 원당의 가격은 지난 3년 사이 3배 이상 치솟았다. 업계 자료를 보면, 2008년 1월 1파운드에 10.9센트이던 원당값은 지난 2월 31.6센트까지 뛰어올랐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CJ이 설명이 엄살만은 아니었다. CJ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설탕사업 부문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00억~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고 말했다. 제당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면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을 동원해서 압박을 가할 수 있었지만, 원당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당업계만 이런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이웃한 제분업계나 사료업체, 식품업체들도 속을 썩기는 마찬가지다. 설탕뿐 아니라 밀가루, 옥수수 등 주요 식량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최고 기록을 넘어섰거나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3월에 낸 ‘세계 식품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상황은 심상찮다. 기구가 곡물, 유지류, 육류, 설탕 등 55개 품목의 가격을 모아 작성하는 ‘식품가격지수’(FFPI)가 8개월 연달아 올라 236점(2월 기준)까지 올라섰다. 1990년 기구가 지수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량 가격 때문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이라 일컫는다. 대표적인 애그플레이션 시기로 꼽히는 2008년 식품가격지수가 224점이었다. 올해 들어 1월의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30점을 넘어섰다. 4월7일 발표된 3월 식품가격지수도 230으로 2월보다는 한풀 꺾였지만, 고공행진은 계속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미국산 겨울밀 가격은 지난 2월 t당 362달러로, 1년 전보다 75%나 올랐다. 미국산 옥수수값도 t당 287달러로 2010년 2월보다 77%나 뛰어올랐다. 이 밖에 커피와 대두의 가격도 50% 넘게 올랐다.
FAO “10년 안 최대 40% 더 오를 것”
가격 상승의 원인은 단기적으로는 두 가지가 주로 꼽힌다. 무엇보다 지난해 기상이변을 꼽을 수 있다.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는 세계 곡창지역을 대부분 할퀴고 지나갔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2010년 여름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맞았다. 지난해 밀 수확량은 전망치인 8500만t을 크게 밑도는 6100만t에 불과했다. 중국 밀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산둥, 장쑤 등 북부 5개 성도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전망치의 절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에서도 대두와 옥수수 재배에 차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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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가격의 상승세가 1~2년 안에 그칠 문제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FAO는 지난해 내놓은 ‘2010~2019 농업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밀과 사료용 곡물의 평균가격은 1997~2006년의 평균가격보다 16~40%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특히 저개발된 국가에서 인구 증가 속도에 맞춰 식량을 증산하느라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곡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는 바이오에너지의 활성화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늘면서, 원료 곡물인 옥수수와 유지작물 등의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OECD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은 2005년 419억ℓ에서 2010년에는 930억ℓ로 2배 이상 늘었다. 2011년에는 1천억ℓ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드는 옥수수는 2011년 기준으로 1억2200만t에 이른다. 미국 전체 옥수수 수요의 42%나 된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도 식량 수요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은 소득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육류 소비를 늘리고 있다. 2001년 1인당 49.2kg이던 육류 소비량은 2010년 59.5kg으로 늘고, 2020년에는 77.7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육류를 생산하려면 곡류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사람 한 명의 1년분 식량(100만kcal)을 고구마로 충당하려면 0.04ha의 땅이 필요하고 쌀로 충당하려면 0.07ha가 필요하지만, 쇠고기로 대려면 무려 6.80ha가 필요하다. 인도에서도 채식에서 육식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1980년대 이후 육류 소비가 3.5배 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려면, 공급도 함께 폭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기적인 ’식량 위기’의 그림자
게다가 세계 인구 팽창도 주요한 변수다. 2000년 61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해마다 1.1%씩 늘어 지난해에는 69억 명으로 증가했다. 2050년에는 9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식량이 들어가야 할 ‘입’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굶주리고 있는 10억 명의 인구까지 더하면, 앞으로 40년 동안 인도가 3개 더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식량위기’의 그림자도 성큼 다가오는 듯하다. FAO가 2009년에 낸 ‘2050년 인류 생존’ 보고서를 보면, 2050년까지 인류는 91억 명으로 34% 늘게 되지만, 이를 먹여살리려면 식량 생산은 70% 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FAO는 “곡물 생산은 현재 21억t에서 30억t으로 늘어야 하고, 육류 생산은 2억t 넘게 늘어 4억7천만t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은 “개도국에서 농업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농업 분야 공적개발원조(ODA)를 연간 440억달러까지 대폭 늘리고, 개도국에서는 공공지출 가운데 최소 10%를 농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그리는 미래는 더 어둡다. IFPRI는 지난해 12월에 낸 자료를 통해 2050년까지 옥수수 가격은 42~131%, 쌀은 11~78%, 밀은 17~67%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인구 증가와 소득 증가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지구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생산 증가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량 가격 전망이 흐려지면서 세계 각국도 예민해졌다. 나라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밀 농사에서 죽을 쑨 러시아가 곡물 수출 금지령으로 선수를 쳐다. 러시아 정부는 곡물 수출을 지난해 12월까지만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다시 ‘마감’을 올해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세계 보리 수출량 1위인 우크라이나 정부도 지난해 흉작으로 곡물 수출을 2009년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했다. 파키스탄도 지난해 전체 국토의 4분의 1가량을 덮었던 홍수 여파로 양파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르자 지난 1월 양파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카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필요한 인도가 토마토 수출 금지로 앙갚음을 했다. FAO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각국의 농업정책이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들이 식량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국제 교역 대신 식량 자족 쪽으로 정책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물가상승 탓 5500만명 빈곤층 전락”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프랑스가 나섰다. 프랑스는 오는 6월 G20 농업장관회담, 11월 G20 정상회의를 통해 식품 가격 안정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다. 그나마도 나라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8일 “농산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량 가격이 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쪽은 당연히 빈곤층이다. FAO는 식량위기를 분석한 지난해 보고서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의 수가 2006년 8억5천만 명에서 2009년 10억 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구는 “금융위기와 식량 가격 폭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도 2008년 이후 식량 가격 불안정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한 인구가 세계적으로 5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식량 가격 급등이 중동국가 정치 불안의 원인이 됐다는 건 이미 정설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2월 “식량 가격이 중동 지역 불안의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해서 사회 불안을 낳은 요인인 것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에 미치는 파장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지난 3월31일 우리나라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저소득층의 식품 지출 부담이 2005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의 엥겔지수(가계지출 가운데 식료품 부담 비율)는 20.5%로 2005년(20.7%) 수준에 성큼 다가섰다. 식품 가격이 오를 때 저소득층이 겪는 고통은 부자들보다도 더 클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통계를 보면, 하위 20%의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비중이 20.7%지만, 상위 20%는 그 비중이 12.0%에 불과하다. 경제 일간지인 <한국경제>는 최근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통계를 뽑아 소개했다. 각 계층의 지출 구조에 따라 계층별 물가상승률을 구했는데, 상위 20%에게는 지난 3월 물가가 4.4%만 올랐지만, 하위 20%에겐 물가가 5.0%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식량 가격 상승의 멍에는 계층마다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식량 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인 쌀 자급률은 104.6%지만 밀과 옥수수는 0.8%, 콩은 8.7%, 보리는 26.6%로 전체 곡물 자급률이 26.7%에 불과한 형편이다. OECD 31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 ‘밥줄’을 외국이 쥐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 곡물 시장이 출렁이자, 지난 3월 우리나라 농·축·수산물 물가도 1년 전보다 무려 14.9%나 증가했다. 식량 가격 상승이라는 바람은 우리나라에 방패막도 없이 광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방치된 농업 증산 정책, 사라지는 농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살 타는 냄새까지 나자, 정부가 황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7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열린 제82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곡물 자급률을 50% 정도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은 단기 전략도 필요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 전략도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우리나라 정부의 식량 자급 정책은 지금껏 사실상 방치됐다. 아직까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식량안보 정책이 나온 사례는 없다. 국가 식량 자급률 목표치는 2007년에 나온 ‘농업농촌발전기본계획’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그나마도 농업정책의 세부 항목으로 초라하게 등장됐다. 내용도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렵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낮추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잡고 있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곡물 자급률 목표치는 2015년까지 25%에 이르는 것이었다.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2004년 대한민국 곡물 자급률은 26.8%였다. 11년 동안 자급률을 1.8% 포인트 내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다는 뜻이다. 또 쌀 자급률은 2004년 96.5%에서 2015년 90.0%로, 보리류의 자급률도 7.0%에서 4.0%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생산량이 떨어지는 흐름을 정부도 딱히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07년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970년대 보릿고개를 넘은 이후로는 농정에서 식량 안보라는 개념은 솔직히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자급률 수준으로는 국가경제 차원에서 국외의 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식량이 무기화하는 최악의 경우에 악영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업 증산 정책을 방치하는 동안, 농지는 계속 사라졌다. 농림수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508ha의 농지가 사라졌다. 여의도(848ha)의 약 119배에 이르는 땅이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한겨레21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폭우에 무너진 철병거 이스라엘,
지형·날씨 이용 최강 가나안軍 격파
2011년 04월 20일(수)
기후와 전쟁 “오! 드보라/그대가 일어서기까지는/이스라엘의 어머니/그대가 일어서기까지는/전쟁이 일어나도/이스라엘 4만 민병대 가운데에/방패 가진 사람 하나도 없었네/창 가진 사람 하나도 없었네/나서서 싸우려고 무기 가진 자/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지.”
기원전 1224년께 이스라엘은 12 부족별로 지방자치제도의 형태를 가지면서 종교적으로만 여호와 신앙으로 뭉친 일종의 느슨한 부족 연합국가의 모습을 갖췄다. 이들이 종교적으로 뭉칠 때는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종교적인 타락과 부족 간에 알력이 있을 때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무력한 이스라엘은 이웃 강국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가나안족의 왕이었던 야빈은 이스라엘의 무력함을 틈타 하솔(현재의 텔 엘 케다(Tell-el-Qedah))에 도읍을 정했다. 하솔은 갈릴리 북쪽 10.6㎞에 위치한 곳으로 서부 아시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대로가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갈릴리의 주요 통상로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술적으로도 이스라엘 민족의 목줄기를 잡아챌 수 있는 지역이었다.
이스라엘, 가나안족 압제에 일전 불사
야빈왕은 철병거로 무장한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이스라엘 민족을 압제하기 시작했다. 20년간 야빈왕의 철저한 약탈과 압제에 고난을 당하던 이스라엘 민족은 여선지자 드보라를 사사로 세워 야빈왕과 일전을 벌이게 됐다. 사사란 이스라엘이 통일왕국을 건설하지 못하고 각 지파별로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외적의 침입이나 압제로부터 민족을 구원하는 임무를 맡은 임시 군사지도자라 할 수 있다.
▲ 고대의 철병거.
드보라는 장군인 바락을 소환해 야빈 왕의 군대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바락은 두 지파로부터 1만명의 병력을 규합하고 몇 개 지파의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병력을 모아 보니 변변한 무기는 커녕 군사적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는 오합지졸이었다.
이에 반해 야빈왕의 군대는 철병거로 무장한 백전백승의 군대였다. 철병거는 고대 히타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팔레스타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강력한 병기로 이집트까지 명성이 알려질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나 이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드보라는 여호와께 승리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다볼 산에 전 병력을 집결시켰다. 철저히 지형과 날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드보라는 막강한 적을 격파하기 위해 적보다 먼저 병력을 규합해 다볼산을 선점하고 적을 기다렸다. 상대적인 병력의 열세를 유리한 지형을 선점함으로써 마음의 여유와 충분한 전투준비를 한 것이다. 지형이란 중립이다. 따라서 누가 지형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 병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야빈왕은 이번에야말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노라며 수만명의 병력과 함께 철병거 900승을 장군 시스라에게 맡겨 진군시켰다. 시스라에게 지형은 아무런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는 가나안 원군들을 규합해 기손 강의 므깃도 물가인 다아낙에 진을 쳤다.
이윽고 시스라가 이끄는 가나안의 연합군은 기손강의 므깃도 물가에서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나안의 철병거가 험한 다볼산과 갈릴리숲 지대를 뚫지 못하면서 진격이 정체됐다.
시스라 장군의 공격에도 대응을 하지 않던 드보라는 비가 내리는 날을 택해 전군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이 지역은 폭우가 내리면 평소에는 메말라 있던 강바닥이 광란하는 급류로 바뀌고 그 주위는 흙탕물이 넘쳐 금세 수렁으로 변해 버린다. 기상학적으로 이런 지형을 와디라고 부른다. 이는 아랍어로 ‘하곡(河谷)’이란 뜻이며 사하라·아라비아의 건조 지역에 있는 간헐하천을 말한다. 보통 마른 골짜기를 이뤄 교통로로 이용되나 호우가 내리면 홍수 같은 유수가 생긴다.
백전백승 철병거도 지형·날씨 앞에는 무력
진흙 수렁 속에서 막강한 철병거 900승이 꼼짝달싹 못하게 되자 이스라엘군은 가나안 군대를 맹공격했다.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는 가나안 전차대의 패배를 본 가나안 군사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러나 호우로 물이 불은 기손강으로 인해 퇴로가 막혀 버린 가나안군은 궤멸당하고 만다. 이스라엘군의 대승리였다.
▲ 전쟁에 영향을 줬던 와디 지형.
“별들도 하늘에서 싸우는구나/시시각각 자리를 옮겨 나가듯/하늘의 별들도 시스라에 대항하여/싸움을 벌였다/기손 시내가 흘러 넘쳐/저 무리를 휩쓸었다/기손 시내에 큰물이 나서” -드보라의 노래 중에서 -
손자병법 ‘모공’ 편에 보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있다.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하지 않다’는 유명한 어구다. 또 ‘지천지지면 승내가전(知天知地, 勝乃可全)’이라는 말이 나온다. ‘천기와 지리까지 알면 승리는 가히 온전해진다’는 말로써 승리를 확실하고도 완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서는 지피지기는 물론이거니와 지천지지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드보라는 바로 ‘지천지지면 승내가전’의 손자병법을 가장 잘 활용해 승리한 위대한 장군이다.
제공: 국방일보 |
글: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2011년 4월 18일 월요일
골다공증 증가‥짠음식 피하고 햇볕쬐야
| 서울아산병원 제공 |
◆뼈 강도 약해지면서 골절 가능성 높아져
골다공증은 새로운 뼈를 생성하는 속도와 오래된 뼈가 퇴화되는 속도의 차이가 달라지면서 발생한다. 뼈의 양과 질의 차이가 생기면서 뼈 강도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골다공증 환자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골다공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해도 뼈 손실이 많이 진행되었기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득 교수는 “50세 이후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골다공증을 조기 진단받는 것이 좋다”며 “영양섭취 불균형도 골다공증의 주요원인이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짠 음식 피해서 칼슘 손실 막아야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삼가고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하다. 짠 음식을 피해 염분과 함께 칼슘이 손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제자리에서 뛰기 같은 운동을 해 골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일주일에 2번은 15분 정도 햇볕을 쬐어 뼈에 필요한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하는 것도 좋다. 전문가들은 골다공증에 우유만큼 좋은 음식은 없다고 말한다. 우유는 칼슘과 미네랄, 단백질 등 골다공증 예방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갖췄다. 성장기에 골밀도를 높이면 골다공증 발병률은 그만큼 낮아지므로 유년기부터 우유를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정해는 용법에 따라 투여해야
골다공증 치료제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약의약품인 여성호르몬제, 비스포스포네이트제 등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오소판물질이 있다. 여성호르몬제인 에스트로겐은 투여하기 전, 가족력과 질병상태에 대한 검사를 통해 안전한지 평가되어야 한다. 비스포스포네이트제는 식도 점막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1컵 이상의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되 복용 후 30분 동안은 눕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소판물질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뼈를 구성하는 물질이 포함된 추출물로 과량투여 시 칼슘으로 인한 고칼슘혈증의 위험이 있으므로 정해진 용법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
송영득 교수는 “적당한 일광욕은 비타민D 합성을 촉진시키므로 야외 활동을 통해 충분한 일광욕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적당한 운동과 칼슘 및 비타민D 섭취를 통해 뼈의 건강과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헬스조선 인턴기자]
첨단 무기의 세계 전쟁 개시의 신호탄 우주무기
첨단 무기의 세계 전쟁 개시의 신호탄 우주무기
멀지 않은 미래, 지구 500㎞ 위 저궤도의 상황이 긴박해졌다. 중국 위성의 움직임을 쫓는 일본의 탄도탄 감시망과 미국의 위성감시센터가 ‘급격한 궤도 변경’을 감지했다. 일본 위성으로 접근하는데 궤도와 진행 방향이 이상했다. 충돌 궤도다. 일본과 미국은 경보를 울렸다.
우주 상황이 긴박해진 것은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이다. 원전의 급격한 축소로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일본은 필사적이 됐다. 중국이 ‘우리 영토’라는 동중국해 조어도(釣漁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유전 개발을 강행하며 해상 시추선을 보낸 것이다. 중국 시민 단체 선박들은 격렬한 해상 시위를 벌였다. 일본 함정들이 중국 선박과 충돌했고 중국인 수십 명이 수장됐다. 인민해방군과 자위대에 비상이 발동됐다. 터질 듯 긴장이 팽팽했다. 군사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아니 중국은 이미 전쟁의 단추를 눌렀다. 중국 정찰 위성의 급격한 궤도 전환은 ‘은밀한’ 선전포고였다. 상황 파악을 위한 궤도 수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전형적인 ‘궤도 이탈 공격’이었다. 중국은 일본의 눈을 멀게 하는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일본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급 곤고함은 SM-3 블록 I B미사일을 발사했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위성공격미사일(ASAT)이다. 공격 위성은 파괴됐다. 중국은 이에 내륙의 미사일 기지에서 DF-21 위성공격미사일 수기를 동시에 발사, 일본의 정찰위성들을 파괴했다. 일본은 초카이함에 장착된 SM-3 블록II A 미사일을 발사해 필리핀과 오오츠크해 상공을 지나는 중국 정찰위성 파괴로 대응했다.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공격을 ‘전쟁 돌입’으로 규정하고 미ㆍ일 안보조약에 따라 중국 위성 공격을 지시했다. 3만5786㎞ 상공 정지궤도의 미 위성이 신호를 받듯 깜빡이더니 곧 사출구에서 백색의 뜨거운 분자빔이 쏟아져 나왔다. 겨냥된 중국위성은 파괴됐다.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한 오로라 우주비행기도 궤도로 순식간에 올라와 고주파 마이크로 웨이브 공격을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는 미래 전쟁이 우주에서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다. 전쟁 개막 전 ‘적’의 감시 능력과 통신망부터 끊는다. 네트워크 중심전(NCW)인 미래전에서 핵심 역할은 위성망이 맡는다. 조기경보ㆍ감시 위성, 정찰위성, 신호정보 위성, GPS위성 등이다.
이라크전 때 미군 작전 68%가 위성 의존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미군 작전의 68%가 위성유도를 받았다. 1991년 1차 전쟁 때는 10%였다. 현재 군사 정보의 80%는 상업위성을 통해서도 전송된다. 100여 기로 구성된 미국의 위성망이 이 역할을 맡는다. 전쟁이 ‘전자의 구름 속에서 진행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위성망이 공격을 받아 기능을 잃으면 네트워크전은 불가능하다. 눈을 잃은 장수의 길은 패배뿐이다.
그래서 ‘미 우주 및 미사일 시스템 센터’의 존 세리던 중장은 “우주는 지금 경쟁의 장”이라고 했다. 미래의 우주전쟁에서도 미국은 선두에 설 것 같다. 여기에 중국이 맞선다. 100여 기의 위성으로 구성된 망을 갖고 있는 미국에 중국이 당장 혹은 가까운 장래라도 군사적으로 겨루긴 어렵다. 그러나 취약점을 공격해 약화시킬 수는 있다.
2007년 1월 11일 중국은 기능을 상실한 펭귄-1C 기상위성을 864㎞ 저고도에서 파괴시켰다. 그런데 방법이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DF-21 우주위성공격 미사일이 쓸모 없어진 위성을 없앤 것이란 겉모습을 했지만 실제론 우주무기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웃었다. 야전 트럭에 장착한 DF-21의 능력을 확실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를 일으켰다. 준비시간이 짧고, 더구나 고정 발사대가 아닌 이동식 발사대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미국이 공격해 파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미국 위성이 극도의 취약 상태에 놓이게 됐다. 위성 의존도가 높은 미국은 급해졌다.
중국의 발사 실험 4개월 뒤 뉴멕시코주 커트랜드 공군기지에 우주대응작전팀이 급조됐다. 그리고 2008년 2월 20일 이지스 순양함 레이크 에리에서 SM-3 미사일이 발사돼 궤도 진입에 실패한 정찰위성 USA-193을 요격했다. 240㎞ 저궤도여서 대부분 파편은 일주일 뒤 대기권으로 낙하, 소멸됐다. 미국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중국, 지상 발사 레이저 실험 한창
현재 우주무기는 미사일이 주력이다. 미국은 위성공격이 가능한 SM-3미사일 50여 기와 요격미사일(GBI) 30여 기를 실전 배치 중이다. 원래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이 미사일들이 정해진 궤도를 비행하는 위성 요격은 상대적으로 쉽다.
위성 궤도를 바꿔 단순 충돌하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다. 민감한 위성이 충돌 자체로 기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탐지되는 위성은 쉽게 대응 공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게 스텔스화하거나 방어용 기생위성을 함께 올려 공격위성을 대응공격하는 구상도 있다. 생존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작은 소형 위성 무리를 동시에 운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진화는 거듭되고 있다. 중국은 지상 발사 레이저 광선으로 위성 기능을 정지시키는 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망(MD)용으로 이미 공중발사형 레이저 ABL을 개발 완료한 상태여서 당장이라도 레이저로 공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마나 레일건 등의 신무기도 개발 중이다. 아직은 SF영화에나 등장하는 물질파 같은 무기들도 연구 중이다. 이런 무기들은 차세대 우주비행기에 실려 무기화할 수 있다. 록히드 마틴사는 ‘오로라’란 이름의 우주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재래식 연료나 반중력장 연소 등의 방식을 이용해 추진되는 중형 크기로 달까지도 갈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김병기 객원기자·안성규 기자